경제·금융

10년전과 닮은 것,다른 것/임종건(데스크칼럼)

오는 12월 18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는 10년전 대선때와 전개양상이나 선거전략에선 상당부분 닮았다. 그때의 후보와 정당의 위치를 도치시켜 놓으면 여러모로 10년전의 재판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우선 지금의 신한국당에 그때의 통일민주당을 대입시켜보면 영락없는 닮은 꼴이다. 이인제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한 것은 통일민주당에서 김대중 후보가 탈당해 평민당을 만든 것과 닮은 꼴이다. 당시에도 김대중 후보의 탈당을 여권의 야당분열 음모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그 역시 작금의 국민신당 창당에대한 청와대 배후설과 닮아 있다. 그때 여론은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면 무조건 당선될 것이나 분열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김씨는 둘이 나서더라도 민정당의 노태우후보를 이길수 있다고 장담했다. 당시 두 김씨보다 지역연고나 대중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그만한 자신감을 가질 처지는 못돼 보인다. 두사람이 단일화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게 여론인데 두 이씨는 끝내 제 갈길로 갔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2위를 굳히고 있는 것에 고무됐음인지 이인제 후보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기고만장인 것처럼 보인다. 당시 두김씨와 노씨는 확고한 지역연고와 공략대상이 있었다. 노후보는 대구 경북지역을 바탕으로 정권이 바뀌면 자리가 불안해지는 기득권세력을 겨냥했다. 부산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김영삼 후보는 온건개혁세력을 겨냥했다. 김대중후보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점액질의 호남표를 기반으로 지식인세력과 민주화 열기를 탄 젊은층의 지지를 기대했다. 지금 선거 양상도 그때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다. 이회창 후보는 충청권을 연고지역으로 내세우나 점도는 김종필 총재나 이인제 후보에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고 대신 김윤환 선대위원장이 앞장선 대구 경북지역에 상당한 기대를 걸면서 집권당의 이점을 살려 기득권세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대중 후보는 여전히 호남표를 기반으로 젊은이 등 진보적 계층에대한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보수착색을 위해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기까지 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로 여겨진다. 이인제 후보 역시 충청지역연고를 내세우나 자신하지 못하는 형세이며 오히려 자신이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낸 경기도와 국민신당의 주도세력들의 출신지인 부산 경남지역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양상이다. 그는 자신의 강점인 젊음을 앞세워 젊은층의 호응을 기대하는 듯하다.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지역연고가 그때보다 느슨하긴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당시의 노태우 후보를, 탈당의 원죄를 안고 젊은층의 지지를 기대하는 이인제 후보는 당시의 김대중 후보를 닮았다. 반면 국민회의 진영은 그때의 민정당과 흡사하다. 일사분란한 체제, 자금과 조직의 풀가동, 정교하고 단계적인 선거전략이 그렇다. 양김씨의 위세와 민주화의 열기에 주눅이 들었던 노태우 후보진영은 「사즉필생」의 각오로 똘똘 뭉쳤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물심 양면으로 노후보를 지원했다. 그 과정에 6·29선언이라는 민심무마용 작품이 연출됐다. 그 점에서 노후보의 승리는 전·노의 합작품이었다. 지금의 DJP연합은 전·노의 협력을 연상케한다. 김대중 후보는 각종여론조사 결과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음에도 여론조사에서 5%대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있는 김종필 총재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박태준 의원의 자민련입당이라는 부수적 성과물까지 획득했다.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DJP연합은 10년전 6·29선언의 극적효과를 연상케한다. 물론 이번 대선은 영남출신 후보가 나오지 않아 지역성이 희석돼 있는등 여러모로 10년전과 다르다. 그러나 가장 다른 점은 현직대통령에 대한 각 후보진영의 기대감과 대통령의 태도이다. 이회창 후보는 「나를 밟고 넘어가라」고 했다는 전두환씨를 닮아보라고 요망하고 있다. DJP진영은 여당내분을 방치 내지 방조하는 것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이상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내심 반기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원칙이나 의리는 현실정치에선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의 원칙포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속으로야 어떤지 모르지만 김대통령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그것이 이번 선거가 10년전 선거와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부분이다. 10년전 선거의 득표결과는 노태우 36.6%, 김영삼 28%, 김대중 27.1%의 순이었다. 현재 35%대를 오락가락하는 김대중 후보의 인기도와 노태우 후보의 득표율이 어떤 상관관계를 나타낼지 선거 결과가 지레 궁금해진다.<부국장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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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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