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B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여자 주인공이 눈에 암이 생겨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한 결실 맺지 못하고 죽는 안타까운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눈 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눈에도 암이 생기나’ 하면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보통 위암 간암 대장암 같은 건 많이 들어 잘 알지만 눈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눈도 예외가 아니다. 눈꺼풀에도 생길 수 있고 눈 속에 있는 맥락막, 망막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 눈꺼풀에 생기는 기저세포암 같은 건 무심코 지내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눈꺼풀에 사마귀가 있는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친다. 보통 아래 눈꺼풀에 많은데 천천히 나빠지기 때문에 본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다.
다른 부위로 잘 안 퍼지기 때문에 일찍 발견만 하면 예후가 좋다. 보통 눈에 생긴 암은 크기가 작고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이상 되기 때문에 눈에 종기 같은 게 있을 때 그냥 넘기지 말고 확실히 짚고 넘어가도록 해야 된다.
눈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도 조기발견은 어렵지 않다. 신문에 난 건강칼럼을 읽으면서 자신의 눈을 한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관심만 갖고 있으면 드라마에서와 같이 안암으로 죽는 경우는 매우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을 죽음으로 끌고 갔지만 안암에 걸려도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눈 속에 생기는 암은 망막모세포종과 맥락막흑색종 두 종류가 있다. 망막모세포종은 주로 애기들한테 생기고 악성 암인데 유전성이 있다. 그래서 가족 중 누가 이런 암에 걸렸던 사람이 있다면 임신할 때 조심해야 한다. 유전분야 전문의의 상담을 먼저 받아야 한다.
치료는 레이저, 방사선, 냉동치료, 수술 등이 있으나 발견됐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잔인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눈 제거 수술을 한다. 수술 후엔 눈에 붙어 있는 시신경을 검사해서 암세포 전이가 없는지 확인해야 된다.
실제 애기 때 이 수술을 받고 어른이 되어서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맥락막흑색종도 눈 속에 생기는 암인데, 망막모세포종과는 다른 점은 어른한테서 생기고 유전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행히 동양인한테는 매우 드문 악성 종양이다.
이런 종양은 대부분 어느 정도 커진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눈 제거만으로도 얼마든지 오래 살 수 있기 때문에 안구적출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의안이 발달해 실제 눈 모양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윤호병원안과원장ㆍ의학박사 www.pluslasi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