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위기를 기회로] 동서식품, 4년마다 리스테이지… 커피맛·향기 고급화 주력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소비자 입맛에 맞춰 '리스테이지'를 실시해왔다. /사진제공=동서식품

지난 2011년 출시된 카누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국민커피 '맥심'과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로 국내 커피 시장을 이끌어 오고 있는 동서식품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

지난 1987년 다국적 기업 네슬레가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동서식품과 네슬러의 치열한 전쟁터가 됐다. 그때 만해도 커피는 수입산을 마셔야 한다는 풍토가 있어서 네슬레는 동서식품의 맥심에 비해 18% 가까이 비싼 가격인데도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갔다. 외국산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영향력을 넓혀가던 네슬레는 진출 5년 만에 40%까지 시장점유율을 키워 1위인 동서식품을 바짝 따라 붙었다.


당시 동서식품의 '맥심 오리지널'은 원두커피에 버금갈 만큼 커피향이 진하고 맛이 강해 커피 마니아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었던데 반해 경쟁사의 제품은 맥심과 같은 동결건조 공법으로 생산되었지만 향이 약하고 맛이 부드러워 커피의 쓴 맛보다는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에 더 잘 맞았다. 동서식품은 안방을 내어줄 위기에 처해 있었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과감하게 제품의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자는 결정을 내렸다.

원두를 볶을 때의 강도는 물론 커피 추출공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부드러운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동서식품은 결국 1989년 풍부한 향이 특징인 '맥심 모카골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향과 맛을 차별화한 맥심 커피의 첫 파생 제품이었다. 이후 '맥심 모카골드'는 국내 최초로 스틱 형태의 커피믹스를 선보이며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과감한 기술 투자로 점유율 수성에 성공한 동서식품은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개선이라는 과제를 꾸준히 시행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는 '리스테이지'다. '맥심 모카골드'가 선을 보인 이래 수년이 1996년 시도된 1차 리스테이지(폼질향상)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고심했고, 커피가 지닌 강력한 소구점은 다름 아닌 향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동서식품의 연구소는 향 회수공법이라는 신기술을 토대로 원두의 좋은 향만을 선택적으로 선별해 제품을 내놓으면서 국내 커피 시장을 '향이 좋은 커피'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리스테이지 작업은 맥심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리스테이지를 통해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켜온 동서식품에게도 불황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은 거역하기 어려운 파고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커피전문점은 인스턴트 커피의 입지를 좁아지게 했다. 동서식품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등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제품의 핵심인 맛을 좌우하는 기술을 혁신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맥심 5차 리스테이지'는 신기술을 적용해 고급 원두의 함량을 높이는 총체적인 품질 개선작업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동서식품은 소비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자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와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맥심 커피는 4년마다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까지 품질을 높이는 리스테이지를 진행 중이다. 특히 5차 리스테이지를 적용한 새로운 맥심 제품은 고급 아라비카 원두 사용 비율을 80%로 높여 맛과 향을 더욱 고급화했다. 한국인의 기호를 철저히 분석해 쓴맛은 줄이면서 커피 맛의 강도는 그대로 유지했다. 커피 아로마 향의 강도도 강화해 부드러우면서도 더욱 깊은 커피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제품의 맛과 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었던 데는 동서식품이 적용한 RAP(Refined Aroma Process)향 회수 공법 덕분이었다. 이 제조기법은 원두 본연의 신선하고 깨끗한 향미를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로스팅한 원두에서 직접 커피 향을 뽑아내고 저온 추출에서 뛰어난 향만을 선별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원두 입고부터 최종 포장 단계까지 '원 라인 시스템'으로 연결해 커피의 향 손실을 최소화했다. 수입한 커피 파우더를 사용하는 타제품에 비해, 커피 원두를 국내 공장에서 직접 로스팅, 동결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제조함으로써 원두의 신선한 맛과 향을 유지하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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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로 인스턴트 원두커피 신시장 개척

인스턴트 커피 시장과 함께 커 온 동서식품은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초점을 맞춰 지난 2011년 '카누'를 출시했다. 당시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당 섭취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수 십여 년간 성장만 있었던 이 시장은 커피전문점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맛과 향의 커피들에 밀려 이대로 영향력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도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과감하게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 결과 카누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규모가 6억 잔을 돌파했으며 해마다 두 자릿 수의 고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의 선두로 자리 잡았다.

'카누'의 성공배경은 일찌감치 국내 커피시장이 커질수록 원두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데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이기 때문에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트렌드에만 대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주효했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장조사와 분석도 '카누'가 소비자의 입맛을 잡고 승승장구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까지 개선한 두번째 리스테이지는 좋은 원두를 섬세하게 로스팅해 중후함이나 산미, 향, 끝맛을 새롭게 바꿨다. 또 이전보다 미세한 원두를 짧은 시간과 낮은 온도로 추출하는 신공법을 활용해 뒷맛은 깔끔하게 바꾸고 입안을 감싸는 향미를 돋웠다.

이처럼 우수한 품질 개발과 팝업스토어 개장과 같은 적극적인 소비자 마케팅 활동을 바탕으로 동서식품의 '카누'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제품이 됐다. 올해 4월에는 싱가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에피어워드에서 국내 식음료 브랜드 최초로 신규 상품 및 서비스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3 아시아 마케팅 효율성 페스티벌'에서도 국내 브랜드 캠페인 최초로 음료부문과 베스트 인사이트 부문에서 각각 은상과 동상을 받았다.

이동희 동서식품 마케팅 팀장은"카누는 많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간편하게 고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동서식품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에도 가장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도록 꾸준한 맛 개발과 연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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