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시진핑과 중국의 꿈


지난 3월17일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연설에서 새로 선출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자고 역설했다. 이후 전개된 중국 내부의 논의를 보면 중국의 꿈은 19세기 이후 중국이 겪어야 했던 '치욕의 세기'를 넘어서서 중화민족의 번영과 행복이 실현되는 21세기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만연한 공직자 부패 척결 발등의 불


아편전쟁의 굴욕에서 국공내전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됐던 약 100년간의 역사는 중국인들에게 치욕의 세기였고 중국 사회의 혁명적 변혁과 통치체제의 확립이라는 일견 상충적인 목표를 이루고자 했던 마오쩌둥 체제는 '홍(紅)'과 '전(專)'이 반복되는 혼돈의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의 부상으로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는 이제 치욕과 혼돈을 극복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자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이웃하는 우리로서는 13억명의 중국 인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와 번영을 이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중국의 꿈이 실현되기를 더불어 희망한다. 중국의 꿈이 중국만의 배타적인 꿈이 아니라 인류 사회의 보편적 규범에 공헌하는 꿈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중국의 꿈을 향한 시진핑 체제가 당장 직면한 문제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꿈은 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난 30년간의 성장의 그림자를 해소하는 일이다. 우선 당과 국가, 중앙과 지방에 만연한 공직자들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시진핑 체제는 당 차원에서 대대적인 부패 척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파리 떼를 때려잡는 정도에 그치고 호랑이의 목을 베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경제 성장을 지속해 중국 인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는 '소강사회'를 2020년까지 완결하는 일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 일은 중국 공산당이 계속 집권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 전략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고 따라서 내수와 소비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신형 도시화'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가시적인 효과를 낼지 두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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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주농민 문제를 해소하는 일은 경제 성장의 차원을 넘어 사회 안정과 직결된다. 농촌지역이 개발됨으로써, 또는 도시와 농촌 간의 심각한 소득 격차로 발생하는 이주농민 문제는 개혁개방의 심각한 부작용이자 사회문제이다. 신형 도시화 정책으로 호구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이주농민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는 일은 중국 공산당으로서도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성장 모드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초기 단계의 성장이 노동과 자본, 원자재의 투입을 증대해 생산을 증가시키는 '동원에 의한 성장'이었다면 이제 동일한 양의 투입으로 생산이 증대되는 '효율성에 의한 성장'으로 성장 모드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경영 혁신이 촉진돼야 하고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이 고무되는 사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교육ㆍ문화ㆍ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제도화돼야 가능한 일이다.

효율적 성장 위한 환경 조성도 급선무

향후 10년간 시진핑 체제가 고민해야 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 정치 개혁일 것이다. 이미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이 경영 합리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주식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이미 부분적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주의 체제가 점진적으로 축소된다면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정당성 또한 축소돼간다는 의미이다. 시진핑 체제는 이러한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변화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정당화해나갈 것인가.

이웃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시진핑 체제가 이러한 정치경제적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소해나가면서 중국의 꿈이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나아가 중국의 꿈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인류의 꿈으로 진화되기를 희망한다.

/이호철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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