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리아 이펙트' 거세졌다

금융시장 BOK쇼크·IT주가 삼성전자 효과<br>반도체·LCD가격·제품사이클 한국기업 손에<br>"삼성·LG없으면 가전쇼는 못한다" 평가도


지난달 중순 국제 금융시장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주식들은 한국 삼성전자를 테마로 급등장을 연출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IT를 중심으로 한 필라델피아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렸고 인텔 등 거대기업의 주가도 랠리에 뛰어들었다. 상승을 이끈 것은 바로 지난 1월14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실적. 삼성전자는 이날 전년 순익이 103억3,000만달러를 기록, ‘100억달러 클럽’에 동참했음을 선언한 것. 세계 주요 주식시장은 즉각 ‘급등’으로 이에 반응했다. ‘삼성 효과’가 국제시장을 강타한 모양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은행의 보고서 한줄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의 쇼크. 이는 우리 외환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원화 값이 급등, 최소 2조원 이상의 국부(國富) 손실로 이어졌지만 역으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이른바 거세지고 있는 ‘코리아 이펙트(Korea Effect)’의 한 단면을 드러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손을 빌리는 초라한 신세에서 불과 7년 만에 ‘(보유외환의) 통화 다변화’라는 다섯글자로 달러화를 세계 주요 외환시장에서 일제히 곤두박질치게 만든 것. ‘코리아 이펙트’ 현상이 확산되는 모습은 비단 금융시장에서 뿐만 아니다. 우리의 수출 주력제품 상당수에서 세계시장의 가격을 선도하고 있고 제품의 사이클도 우리 기업들이 이끌어가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점유 중인 D램 시장. 이곳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하이닉스 효과’로 관련 기업들이 주름살을 펴는 상황이 발생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조정국면에 들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하이닉스가 12인치 웨이퍼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1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시키면서 가격상승의 지렛대 역할을 해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세계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생겼다. 삼성전자 탕정공장에 설비를 납품하던 캐논의 장비에 결함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공급(양산) 차질 우려로 가격이 반등한 것이다. 휴대폰 시장은 한국업체들이 제품의 신규시장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됐다. 아직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판매대수 기준으로 3위와 5위에 그치고 있지만 1메가 이상 해상도의 카메라휴대폰은 한국에서 최초로 출시됐고 고가제품군에서는 한국의 기술 이펙트가 절대적이다. 민후식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LG 없이는 세계 최대의 전자가전쇼인 라스베이거스 CES쇼가 열리지 못할 정도”라며 ‘코리아 이펙트’ 현상을 전했다. 하드웨어 부문뿐 아니라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세계시장 내 한국의 전이도가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신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게임 시장에서는 한국업체들이 이 부분의 비즈니스 자체를 탄생시키고 있으며 CDMA 시장에서는 노키아와 모토롤러 등 세계 최대 통신업체들이 우리의 기술력을 벤치마킹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반 제조업에서도 코리아 이펙트는 익숙한 단어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생산기술에서 후진 수준에 머물던 현대자동차를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경계의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철강 판매가격을 놓고 포스코가 일본 제철업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점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까지도 단순히 우리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다는 것만 인정받아왔지만 이제는 우리 업체들의 조그만 움직임이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정도가 됐다”며 “해당 업종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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