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원 2080명에 외국인학생 47명 '무늬만' 국제학교

제주·인천·대구 등 국제학교 외국인 비율 4~30%대 그쳐


지난해 9월 개교한 인천 송도의 채드윅국제학교. 총정원이 2,080명인 이 학교에는 개교한 지 1년이 넘도록 고작 47명의 외국인이 다니고 있을 뿐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재학생 수도 279명에 불과하다. 작년 8월 문을 연 대구국제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원 580명에 현재 재학생 수는 불과 231명으로 그마저도 내국인이 15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와 교육 수지 적자 해소를 목표로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제학교 가 ‘동네 영어학원’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름만 국제학교일 뿐 외국인은 거의 없는데다 그나마 내국인도 확보하지 못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채드윅국제학교의 정원 대비 재학생 충원율은 13.4%에 불과하며 내국인 비율은 83%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국제학교의 정원 대비 재학생 충원율은 39.8%이며 외국인 비율은 34%가 채 안 됐다. 이 같은 현상은 동북아 중심의 교육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내세우며 지난 9월 26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개교한 국제학교 'NLCS 제주'도 다르지 않았다. 현재 정원 772명의 56%인 436명이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 중 외국인 학생은 19명으로 외국인 비율이 4% 남짓한 수준이다. 인천 송도와 대구의 국제학교는 경제자유구역에 허용되는 학교로 정원의 30%까지 내국인 입학이 허용된다. 제주자치도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제주국제학교는 내국인 입학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외국인 학생이 20명이 채 안 되는 것에 대해 제주국제학교의 한 관계자는 “우리 학교의 경우 한국 학생들의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하려는 것이 첫 번째 설립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제학교들이 ‘무늬만 국제학교’인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유치에 철저히 실패함과 동시에 정원 수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 국제학교들이 교육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굳이 대구나 제주도와 같은 지방에 자녀를 보낼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국제학교가 내국인을 위한 고급 영어학원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성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교육도시처장은 “아직은 학교가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외국인 학생 유치에 어려움이 없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처장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명문사학들을 더 유치해 2015년까지 국제학교를 12개로 늘릴 계획”이라며 “해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교 명문사학이 더 들어올 경우 진정한 의미의 국제학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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