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박삼구 회장 자금조달 시간 벌고 가격협상 유리한 고지에

금호산업 회계실사 한달 연장·아시아나 주가 하락

금호고속·금호터미널 매개로 朴회장 추가 실탄마련 나설듯

아시아나항공 메르스 직격탄… 기업가치 떨어진 것도 호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금호산업(002990) 탈환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채권단과 가격협상에 앞서 금호산업의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기간 연장을 요청해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박 회장이 자금조달에 시간을 벌게 됐다. 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금호산업의 핵심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 주가가 급락해 금호산업 주가도 반토막이 나 오는 8월에 있을 채권단과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투자은행(IB)업계는 박 회장이 사실상 재인수를 마무리한 금호고속 등을 매개로 본격적인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IB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음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박 회장과 개별 협상을 한 달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이달 내 끝낼 예정이던 회계법인의 금호산업 공정가치평가 작업이 한 달 정도 늦춰졌기 때문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실사를 맡은 두 회계법인 중 한 곳이 계열사를 모두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며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면서 "이에 따라 박 회장과 가격협상도 8월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번 박 회장 측은 최근 인수 작업을 마친 금호고속과 그 모회사인 금호터미널을 매개로 금호산업 인수전에 필요한 실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은 지난달 27일 IBK펀드가 보유 중인 금호고속 지분 100%를 4,150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3,000억원을 내며 단독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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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 측은 되찾은 금호고속을 사모펀드(PEF) 등 3자에 매각 또는 유동화해 자금마련을 추진 중이다. 금호고속을 다시 찾아오면서 금호산업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에 비상시 쓸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금호고속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금호터미널 자회사여서 금호산업에는 증손회사인 셈이다. 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호그룹이 칸서스자산운용에 다시 금호고속을 팔기로 하고 칸서스 측과 자금마련을 진행 중"이라며 "금호산업 가치를 어떻게든 낮추기 위해 금호고속을 잠시 우호적 PEF에 판 뒤 나중에 되찾는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거래는 파킹딜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어 박 회장 측은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백기사로 나설 금융회사를 확보하거나 금호터미널의 보유 현금을 늘리면서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자문을 맡고 있는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인수자금 조달 방안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채권단과 협의해 가능한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도 박 회장 측에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금호산업 매각에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의 주력인 건설 부문 가치를 제로(0)로 평가했지만 아시아나의 가치는 1조8,338억원(주당 9,400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의 알짜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이날 주가는 5,800원으로 올 4월6일(9,290원) 고점 대비 37.5% 떨어졌다. 이 때문에 금호산업 주가도 2만2,850원에서 1만3,95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채권단이 매각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주당 4만원보다 65.1%,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가(3만1,000원)보다 55% 할인된 수준이다. 실사에 관여하고 있는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향후 가격협상을 앞두고 박 회장이 채권단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 이라며 "박 회장이 금호산업 재인수를 위해 주변에 '많이 도와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요즘은 하늘도 돕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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