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한라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갑내기 육군 이등병 2명이 동부전선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백(21ㆍ서울 구로구 구로2동) 이병과 한(강원 춘천시 석사동) 이병이 지난 7월중순 열흘 간격으로 육군 을지부대 전방 소초(GOP)대대에 차례로 배치돼 대북경계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 병사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부대에 전입와 공교롭게도 GOP대대 양쪽 끝 지역 중대에 각각 배치된 것을 두고 남과 북을 상징하는 영산이 자연스럽게 합쳐져 민족통일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들이 부대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동부전선에서 가장 험준한 GOP대대 주둔지는 백두대간의 허리에 해당되는 지점으로 두 이병의 만남은 두동강난 한반도의 허리를 잇는 미래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GOP대대는 예로부터 백두대간의 정기가 모이는 곳이라는 그럴듯한 얘기까지 병영 내에 전해지면서 백 이병과 한 이병의 전입을 둘러싼 통일관련 추측은 갈수록 설득력을 얻으면서 을지부대 전우들에게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백두산과 한라산이 서로 특징이 있는 만큼 이들의 취미와 출생지, 가족관계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4중대에 근무하는 백 이병은 서울 구로고 출신으로 음악감상이 취미이고, 양친이 생존해 있으나 3중대 소속으로 강원 춘천시 소재 중경고를 졸업한 한 이병은 농구가 취미이고 편모 슬하에 있다.
백 이병은 “육로를 이용한 금강산관광로가 열린 것처럼 한 이병과 내가 군복무를 마치는 날이 GOP통문이 활짝 열리고 비무장지대(DMZ)가 개방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그 날이 올 때까지는 철통같은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이병은 “수 천개의 철책선 계단을 올라 북녘 산하를 둘러보는 순간 비로소 최전방 GOP를 지키는 군인이 됐음을 실감한다. 백 이병과 특별한 만남이 백두대간의 정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