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민간업체의 원가 공개를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주택공사 등이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의 공급가격 공개를 의무화하고 주공의 건축비 공개 여부는 상반기 중 여론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불과 5년 만에 분양가가 2배 이상 급등한 것은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자율화를 이용해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라며 원가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역 11차 동시분양의 평당 분양가격이 1,320만원으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직전인 지난 98년의 580만원보다 2배 이상 급등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원가 공개는 곧 분양가 규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칫 공급위축이라는 부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주장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분양가 규제가 이뤄지는 18평 이하 국민주택 건설물량이 2000년 1만6,229가구였으나 2001년 6,682가구, 2002년 4,337가구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어 국민주택 건설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설득력을 갖지는 못하다. 주택이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분양가 원가 전면 공개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건설업체들의 영업행위에 대한 비밀은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건설업체의 원가 공개 불가 입장도 납득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이면에 그동안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 게 드러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최근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상암지구 40평형의 분양가 원가를 공개하면서 무려 40% 이상 이익을 챙긴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의 평행선은 안된다. 원가 공개를 둘러싼 갈등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사회적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다. 어떤 형태로든 분양가의 거품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건설업체를 폭리만을 취하는 악덕업체로 몰아세우지 말고, 건설업체들은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 또한 아파트 분양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확실한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경제의 강자로 급부상한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주는 교훈을 새겨볼 만하다. 더 이상 대립각을 세우지 말고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분양가에 낀 거품을 제거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배 건설부동산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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