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企 인재난과 M&A

최근 중소기업기술혁신(이노비즈)협회의 한미숙 회장과 중소ㆍ벤처 기업의 고질적인 인재난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이 참 신선했다. “딴 거 없어요. 회사를 차리고 팔고 하는 것을 그 사람의 ‘커리어’로 당당히 인정해 주면 됩니다. 그래야 인재들이 대기업에서 뛰쳐나올 수 있거든요.” 어차피 인재가 모이려면 금전적으로 보상이 커야 되는데 그러려면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미였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보세요. 나이가 40대 중반인 경영진 가운데는 이전에 설립했던 회사가 3~4개 정도 되는 자가 수두룩합니다. 이전 회사를 판 돈으로 새 업체를 설립하기를 반복했다는 말입니다. 창업해서 물건처럼 회사를 팔 수 있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으니 정말 똑똑한 친구들은 갑갑한 대기업에 눌러 앉지 않아요.” 결국 M&A를 인재난의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다. 사실 M&A가 중소기업의 유력한 성장 전략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거의 없다. 불필요한 과당 경쟁을 피하고 대기업과의 교섭력을 높이는 데 M&A 만한 지렛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사회 전반에는 아직까지 ‘회사를 판 오너는 무책임하고 돈밖에 모른다’는 저급한 인식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 같다. 2년 전 자신이 세운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넘긴 한 사업가는 얼마 전 기자에게 “회사를 팔았다고 하니 금융권을 비롯해 아는 지인들도 요주의 인물처럼 바라 봐 기분이 찜찜했다”며 “M&A를 상시적인 기업 활동의 일부로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산업 환경 속에서는 창업 열기가 꽃피기 어렵다. 창업 이후 혹독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는 유일한 방법이 몇 년이 걸려서라도 직접 증시에 입성하는 길뿐이라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인재들의 모험을 장려하되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보다는 그 현실적 방법론으로써 M&A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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