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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2월 13일] 즐거운 설날이 되기 위하여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노래 때문이었나 명절보다는 설날이 새해 아침 같다. 그런데 요즘은 명절이라는 말을 더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설날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설날은 한자로는 신일(愼日)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근신해 경거망동을 삼간다"는 뜻이다. 또한 최남선 선생의 <조선상식문답>에 따르면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인 만큼 이날 아무 탈 없이 지내야 일년 365일이 평탄하다고 해 지극히 조심하면서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날이라는 뜻에서 설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왜 알고 있는 말을 하느냐고 하겠지만 모든 지식은 기억하지 않고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변질되기 쉽다. 요즘은 명절 증후군 등 주부들의 힘든 이야기만 부각될뿐 정작 명절의 큰 뜻은 되새기지 않는 것 같다. 공경하는 마음은 실종되고 의무적으로 조상님에게 차례를 지낸다. 한마디로 명절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뿐이라고 생각한다. 영혼을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영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차례를 통해 온 가족이 모이는 것이 의미가 아닐까. 명절이 없다면 형제나 가까운 사촌끼리도 일 년에 얼굴 한 번 안 보고 지낼 수도 있다. 지금은 명절이 길다 보니 연휴로 생각해 조상님의 차례보다는 휴가나 해외 여행을 우선시하고 단지 전통이 몸에 밴 까닭에 정성은 실종된 채 마음 편하자고 여행지에서 음식을 사 차례라고 지낸다. 하지만 왠지 민망하다. 좋은 전통은 지켜야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 조상이 없는데 내가 있을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다. 조상님에게 산 자로서 8,760시간 중 10시간 정도도 헌신할 수 없다면, 소중한 것을 외면하고 당장 편안함만 추구한다면 외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옛 것이 없는데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옛 것은 그리워진다는 말을 말고라도 정말 엊그제 같다. 시골에서는 명절이면 객지에 나갔던 사람들이 빠짐없이 고향으로 돌아왔고 여자들은 며칠 전부터 엿을 고고, 두부를 만들고, 감주ㆍ수정과ㆍ강정ㆍ가래떡을 하고 그랬다. 시장을 봐가지고 오다 힘들면 제수용품을 가슴에 안고 쉴 망정 땅에 내려놓지는 않았다. 그때의 어머님들은 조상을 공경해야 자손이 잘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어도 조상님 것부터 덜어놓은 다음 맛을 보았으니 말이다. 정월 초하룻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나면 남자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동네 어르신에게 세배를 드리기 위해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그러면 각 가정에서는 꼬마 손님에게까지 상을 차려 대접한다. 자기를 낮추고 공경하는 마음과 대접을 받음으로써 자신이 귀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여자들에게는 정월 초하룻날만은 남의 집에 들락날락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부정 탄다는 말도 있으나 삼가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삼간다는 것은 스스로 절제한다는 의미와 배려한다는 뜻이다. 설날 아침에 일 년을 잘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수양하라는 뜻도 포함돼 있는 것 같다. 즐거운 설날을 위해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 일 년에 단 하루뿐인 명절에 조상에게 후하게 인사하자. 형제나 동서지간에 두 세 시간만 일찍 부엌일을 먼저 함으로써 마음을 나눠주자. 일 년에 한 번도 찾아 뵙지 못한 외로운 친지가 있다면 안부라도 전하자. 그리고 술을 삼가고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말을 삼가 덕담 한 마디라도 나누며 꼬인 마음을 풀고 내 집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차 한 잔이라도 내놓는 설날을 보내자. 일 년을 잘살기 위해 단 하루의 시작으로 삼아야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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