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 5분기 연속 이어진 0%대 저성장이 고용시장의 한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업대란과 고용절벽이라는 말이 어제오늘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때마침 취업시즌까지 겹치면서 고용 수온주가 급강하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덩달아 전체 실업률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고 체감 실업률은 12%를 돌파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실업대란의 타개책으로 내세운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에 여전히 답보상태다. 더구나 정부는 내수침체 탈출의 수단으로 민간 부문의 임금 임상을 독려하고 있고 올 1·4분기에도 0%대의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일자리 창출 방정식은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취업자는 2,51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만6,000명 증가했다. 고용률도 58.8%로 전년동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취업 비수기인 2월에도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실업률은 되레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전체 실업률은 4.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올랐다. 2010년 2월(4.9%)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은 11.1%로 전년동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1.9%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1999년 7월의 11.5% 이후 15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매년 2월은 졸업과 취업시즌, 동절기 계절적 요인 등으로 통상 실업률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최근 들어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실업률도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월에 늘어난 청년 취업자 수가 3만명에 불과했던 데 반해 60세 이상에서는 19만3,000명이 늘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사회안전망 부족 등으로 노후보장이 안 된 고령층이 어쩔 수 없이 고용시장에 뛰어들면서 취업이 늘어나는 영향이 크다"면서 "반면 청년층에서는 제조업이나 금융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곳에서 일자리가 나오지 않다 보니 구직을 단념하는 이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