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래도 금강산은 '통일 희망봉'

구룡연등 '변함없는 절경' 지나친 통제 아쉬움현대의 자금난을 이유로 수개월동안 끊겼던 금강산 뱃길 여행이 지난 달부터 재개됐다. 지난 1998년 민족의 통일 염원을 싣고 힘차게 첫 발을 내디뎠던 금강산여행은 요즘 각종 정치적ㆍ외교적 갈등의 원천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8ㆍ15 광복절을 맞은 오늘은 다시 '민족 통일의 초석'이 되길 바랐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열린 금강산 뱃길여행은 아쉬움도 많았지만, 보람과 기대도 그에 못지 않게 컸다. 내년으로 예정된 금강산 육로관광에서부터 백두산관광과 시베리아 철도관광까지, 북측으로의 관광 길이 넓어질수록 민족의 통일은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래도 금강산여행은 아름다웠다. 봉우리마다 삼라만상의 자태를 뽐내며 솟구친 기암괴석과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청정한 계곡물이 조화를 이룬 절경은 금강산을 찾은 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런데 왜 '그래도'라는 사족이 붙는가. 강원도 속초항을 떠나 북측 장전항을 향해 설봉호를 타고 떠나는 2박3일 금강산 뱃길 관광은 출발부터 '긴장'으로 시작된다. 최초의 심리적 압박은 '조 편성'에서 비롯됐다. 금강산관광 주관 업체인 현대아산은 관광객을 일사불란하게 '관리'하기 위해 조를 짠다. 관광안내원이 조장이 돼 편성되는 관광조는 20여명 1개 조로 2박 3일간 한 덩어리로 움직이게 된다. 조편성 뒤 조장이 가장 강조하는 사항은 "개별 행동 절대 금지". 압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략 1시간의 출국수속을 마치고 승선하면 배 안에서 2시간 가량의 교육이 실시된다. "하지 마"라는 당부가 수없이 거듭됐다. "북한 땅이다!" 출항 후 3시간쯤 지났을까. 뱃전에 기대 선 관광객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뜨렸다. 그렇다. 이제 30분 뒤면 꿈에도 그리던 또 다른 조국 땅을 밟게 되니 들뜰 만도 했다. 그러나 하선과 함께 들떴던 감정도 이내 가라앉고 만다. 뚱한 표정의 북측 세관원들, 북측과의 '규약'을 지키려는 조장들의 호들갑스러운 통제는 일체의 낭만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예요." 현대아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 말로 여행객들은 "좋아진 상황에서 여행 온 게 다행이지"라고 위안 삼았지만, 갈 곳 없고 즐길 것 없는 장전항의 밤은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둘째날은 금강산 구룡연에 오르는 날. 구룡연을 향하는 도로 양쪽에 높다랗게 쳐진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북측 사람들. 차 안에서 손을 흔들고 외쳐도 보지만 철저하게 무반응이었다. 분단의 벽은 휴전선도 모자라 이 곳 금강산자락의 좁다란 외길 차도에까지 어둡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금강의 수려함은 온갖 상념들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200m 산봉우리에 계란 하나 얹어놓은 듯한 형상의 닭알바위산. 옛날 어느 장수가 계란을 물고 산에 기어오르는 구렁이를 큰 칼로 두 동강을 내, 그대로 굳어졌다는 전설이 서린 이 산은 금강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다시 술기(수레)넘이고개, 신계사터를 지나면 미인의 쭉 뻗은 다리를 닮았다는 미인송 숲이 여행객을 반긴다. 미인송의 자태를 감상하면서 차로 5분쯤 더 달려 주차장에 닿았다. 여기부터는 걸어서 구룡폭포까지 오른다. 구룡폭포까지만 가면 대략 1시간 30분, 상팔담까지 둘러보면 2시간쯤 걸리는 산행 길이다. 목란관과 양지대를 거쳐 30분쯤 걸어 땀이 흥건하고 갈증이 느껴질 때쯤 시원한 물길 하나 만나게 된다. 그 이름은 삼록수. 아리따운 북측 여성관리원이 "이 물 드시면 10년씩 젊어집네다"라며 한 모금 권했다. 내친 걸음에 연주담 옆 쉼터에 닿으니 다람쥐 한 마리 또르르 다가선다. 사람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는다. "사람이 해치지 않는 걸 알아 그런가 봐요"라고 누군가 나름대로 풀이했다. 과자 부스러기를 건네주니 다람쥐는 아삭아삭 제 배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다시 비봉폭포 구룡폭포의 내리 꽂는 장대한 물길에 한동안 넋을 잃다가 구룡연을 내려왔다. 한여름 금강산 산행은 짧았지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여운이 남았다. 마지막날 여행은 신선이 3일간 절경에 취해 놀았다는 삼일포와 기암절벽의 절경을 자랑하는 해금강으로 이어졌다. 다시 속초로 향하는 귀로. 북측의 까다로운 출국심사가 답답했지만 마음 속에 아로새겨진 금강산 단꿈은 따스했다. ■ 뱃길관광 가까워졌다 금강산 해로관광이 싸고 가까워졌다. 우선 지난 1998년 11월 18일 첫 출항 때 13시간 걸리던 운항시간이 3시간 30분으로 크게 줄었다. 금강산이 무려 10시간이나 가까워진 셈이다. 가격도 크게 낮아졌다. 1988년 당시 비수기 기본요금(3박4일)이 80만원대였는데, 성수기인 현재 판매중인 상품의 기본요금이 39만원(2박3일)으로 절반 가까이 내렸다. 이는 북측에 지불하는 대가금이 최근 200달러(1인당)에서 100달러로 하향 조정된데 따른 것이다. 숙박시설 역시 크게 개선됐다. 설봉호 객실은 다소 협소하지만, 배를 개조해 만든 선상호텔 해금강호텔은 1급호텔 수준으로 큰 불편이 없다. 여기에다 북측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은 금강산초대소와 김정숙휴양소를 머지않아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금강산 해로관광은 쾌속여객선 설봉호 한 대로 1주일에 2회 운항하며, 2박3일 일정에 가격은 39만원~59만원이다. 문의 현대드림투어 (02)3702-2364. 금강산=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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