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파른 경기회복세를 보이는 싱가포르가 러시아 자본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당한 규모의 러시아 자금이 싱가포르 은행들의 프라이빗 뱅킹 분야로 유입되고 있고 현지 부동산 및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한 주식투자도 활발하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테이 전 주러시아 대사관은 "일부 러시아 선박업체와 정보기술(IT)업체도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고 현지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출신의 수많은 에너지산업 업자들도 투자기회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라즈 아갈라로프와 보드카 생산회사 소유주인 러스탐 타리코 등이 올해 싱가포르의 경제포럼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러시아 부호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의존형 경제인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부문이 직격탄을 맞아 경제가 완전히 휘청거렸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각각 16.4%(연율환산)와 12.2%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신종플루 확산으로 인한 제약분야 특수와 전자제품의 수출호조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해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22.0%와 14.9%의 놀라운 GDP 성장률을 보이며 아시아 신흥국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 투자 및 자산축적의 환경이 잘 조성됐으며 금융분야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점이 러시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요소라고 FT는 설명했다. 러시아와 싱가포르 간의 교역량이 점차 늘고 있고 6년전 300여명에 불과했던 싱가포르 거주 러시아인이 최근 5,000명 이상으로 급증한 점도 투자유인으로 꼽힌다.
FT는 일각에서는 스위스 은행들이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에 고객 비밀주의를 차츰 포기하자 아직 비밀보장 제도가 잔존하는 싱가포르에 러시아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