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찾지 않은 상품은 존재 의미가 없는 것처럼 관객들이 찾지 않는 공연 역시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관객이 원하는 곡을 연주하는, 철저히 관객 중심의 오케스트라를 지향합니다." 하성호(58ㆍ사진)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음악 총감독은 "클래식이라는 틀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관객을 중심에 놓고 연주하는 유일한 오케스트라"라고 서울팝스를 규정했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곡 선정과 편곡, 관객을 찾아가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기존 클래식 곡을 그대로 연주하는 게 아니라 편곡을 통해 창작된 작품을 연주합니다. 아무리 좋은 건물이라도 사람이 불편하면 살 수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새롭게 인테리어를 하고 고칠 것은 고칩니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사흘 앞두고 창단된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3,300회 이상 연간 130회 꼴로 연주해왔다. 하성호 지휘자는 2000년 4월 기네스북에 최단기간 오케스트라 최다 연주 지휘자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클래식이나 세미 클래식은 물론 재즈, 팝송, 가요, 영화 음악, 가곡 등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7,000여개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하 지휘자는 관객 수준에 맞춰 그때 그때 곡 선정을 한다. 신곡 연습은 꾸준히 이뤄진다. 70여명의 단원들이 연주가 없는 날엔 매일 3시간 이상 연습을 한다. 그가 새로운 언어의 오케스트라를 구상한 계기는 미국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중반 미국 보스톤의 버클리음대에 유학 가서 보스톤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봤어요. 보스톤팝스는 클래식만이 아닌 대중적인 음악도 함께 연주했는데 당시로는 파격적인 모습이었어요. 거기에서 충격을 받고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음악계에선 하 지휘자의 손을 거쳐 최초 라벨이 붙은 것들이 많다. 지난 1989년 예술의전당에 가수 김종찬 씨와 테너 박인수 씨를 한 무대에 세운 것이 성악가가 가요를 부른 최초의 공연이었고 1992년 예술의전당에서 국악과 양악의 만남을 주제로 펼쳤던 공연이 요즘 퓨전 국악의 시초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얼마 전엔 라오스 정부 초청으로 건국 450주년 기념 행사의 메인 공연을 맡았으며 베트남, 태국 등을 순회 공연하면서 문화 교류에도 선봉에 섰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내년에도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는 한편 국내외 순회 공연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내년 2월말 중국 언론사 초청으로 베이징, 톈진 등 5개 도시 순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