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검찰은 11일 부정부패 혐의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만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천 전 총통이 체포됐다”며 “타이베이(臺北)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천 전 총통에 대한 구속 여부는 타이베이 지방법원의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검찰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난 상황이어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만 언론과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만약 영장이 발부될 경우 천 전 총통은 대만 역사상 전직 총통으로서 처음으로 구속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천 전 총통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부정부패 스캔들이 아니라 대만의 분리독립을 원하는 민진당과 지지자들을 억압하려는 마잉주(馬英九) 정권의 정치탄압으로 몰아붙이면서 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 전 총통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지지자들에게 “대만 민주주의 만세” “대만 독립만세”라고 구호를 외친 것도 이러한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도 기본적으로 천 전 총통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구속될 경우 대규모 장외투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만 언론들은 민진당과 천 전 총통 지지자들이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대만 정국은 ‘친(親) 마잉주, 친 중국’ 세력 대 ‘친 천수이볜, 친 대만 분리’ 세력이 대결하는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천 전 총통 사건이 일단락됨으로써 마 총통이 향후 정국을 운영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