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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장성택 BMW코리아 이사의 설명을 들을수록 기대감이 커져 갔다. 최근 기자가 찾은 인천 영종도의 BMW코리아 드라이빙센터 건설 현장은 이전까지 한국에선 경험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자동차 문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장 이사는 자동차 기술 장인 출신으로 BMW코리아 드라이빙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내정된 인물이다.
오는 7월 문을 여는 BMW 드라이빙센터는 국내 최초로 들어서는 '가족형 자동차 테마파크'다. 면적은 축구장 33개에 해당한다.
BMW코리아는 한국의 자동차문화를 성숙시키는 데 기여하기 위해 드라이빙센터 건립을 결정했다. 자동차 기업이 한국에 이 같은 드라이빙센터를 짓는 것은 BMW코리아가 처음으로 수 십 년간 국내에서 활동한 국산차 기업도 하지 않은 일이다. BMW 차원에서는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드라이빙 센터가 한국에 생긴다.
드라이빙센터 시설물 중 우선 주행 트랙은 X드라이브, 다이내믹, 가속 및 제동, 원형, 다목적 코스 등으로 구성된다. 주행감과 핸들링을 체험할 수 있는 곡선과 직선 코스 뿐만 아니라 스프링클러로 노면에 물을 뿌려 미끄럽게 만든 코스, 자갈길, 급경사로와 웅덩이, 모래사장 등에서 BMW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주행로의 총 연장은 2.6㎞.
BMW 드라이빙센터에는 서비스센터와 운전 교육장, 헤리티지(Heritage) 갤러리, 주니어 캠퍼스, 어린이 카트장, 브랜드숍, 식당과 카페, 이벤트홀 등도 들어선다. 덕분에 가족 구성원 일부가 약 130분에 걸쳐 모든 주행로를 경험하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주행 장면을 지켜보거나 헤리티지 갤러리에서 BMW의 클래식 카를 구경할 수 있다. 자녀가 교통 안전 교육을 받고 어린이 카트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모는 드라이빙센터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2층 테라스에서 차를 마셔도 된다. 이벤트홀에서는 항상 새로운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BMW그룹코리아는 연 20만 명이 영종도 드라이빙센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대표는 "올해 BMW그룹코리아는 드라이빙센터와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것"이라며 "BMW 드라이빙센터는 단순한 자동차 트랙이 아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사례를 귀띔하기도 했다. 새 차를 인도받기 위해 일부러 온 가족이 BMW 딜리버리(delivery) 센터를 방문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문화를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전후방 산업효과를 따질수록 더욱 그렇다"며 "자동차산업이 미래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한국에 없는 자동차 박물관 등도 들어서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다행히 BMW드라이빙센터는 BMW 소유 고객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어떤 차를 타고 방문하더라도 BMW그룹코리아가 준비한 미니(MINI) 차량을 빌려 타고 트랙을 달릴 수 있다.
BMW그룹코리아가 국내에서 거둔 이익을 드라이빙센터에 재투자한 것도 높이 살만한 일이다. 김 대표는 "총 770억원을 본사로 송금하는 대신 드라이빙센터 건립에 투입했다"며 "아직 드라이빙센터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 방안은 미미하지만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면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BMW 딜러나 법인 관계자 등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드라이빙센터가 향후 수익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