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30일] 오바마의 한국차에 대한 오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지금까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특히 자동차분야에서의 협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재협상하지 않으면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몇차례 주장했다. 그 이유로 그는 “한국은 일년에 수십만대의 자국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 미국산 차는 고작 수천대밖에 수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계상 수치로만 보면 이 말은 맞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추이는 2005년에 3,811대(전체 수입차의 12.3%), 2006년 4,556대(11.2%), 2007년 6,235대(11.7%)였다. 이에 비해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한국차는 현지 생산분을 포함, 76만대가 넘었다. 그러나 양국의 수입차 대수와 한미 양국차의 자국 내 시장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오바마의 단순 판매 대수 비교는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지난해 한국의 총 수입차는 5만3,390대였는데 미국차의 시장점유율은 11.7%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외국산 차는 무려 1,600만대로 한국차 시장점유율은 5% 미만이었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11%대5%로 미국차의 한국 시장점유율이 훨씬 더 높다. 둘째, 한국은 이미 자동차시장을 개방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대부분 허물었다. 그런데도 미국차의 한국 내 판매는 독일차ㆍ일본차에 비해 저조했다. 그 이유는 미국차가 품질, 성능, 디자인, 크기, 고장률, A/S의 신속성, 정확성, 가격, 연료소비 등에서 독일 및 일본차에 비해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차는 독일ㆍ일본차에 비해 크지만 연료소비가 많고, 조립상태도 좋지 않아 고장이 잘 나는 등 한국인의 수입차 선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셋째, 지난해 독일차는 한국에서 2만2,262대가 팔려 33.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BMW는 7,618대, 벤츠는 5,533대, 아우디는 4,780대, 폭스바겐은 3,977대가 각각 팔렸다. 일본차는 도요타 렉서스가 7,520대, 혼다 아코드는 7,109대가 팔려 독일차 및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이 무려 74.7%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미국차 판매는 전체 수입차 중에서 11.7%에 불과했다. 회사별로 보면 지난해 GM은 312대 포드는 2,022대 크라이슬러는 3,901대를 각각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넷째, 독일차와 일본차는 한국 구매자들의 수입차 선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꾸준히 품질ㆍ성능ㆍ디자인ㆍ연료소비ㆍA/Sㆍ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데 미국차는 그런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한국인 수입차 구매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다섯째,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에 산재한 조립공장 가운데 적자와 저생산성으로 고전하고 있는 일부 공장들을 조업단축 또는 폐쇄조치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 주가도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외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로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출용 차량의 성능 개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악순환의 상황에 놓여 있다. 오바마는 한국이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높이 쌓아 미국차가 팔리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얼 수 있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진실을 말해야지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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