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끝으로 4일 동안의 방미 일정을 마쳤다.외신들이 “양국이 서로 다른 현안에 대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할 만큼 원 총리의 이번 방미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시각이 많다. CNN 방송은 9일 중국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은 3년 전 취임 때의 `전략적인 경쟁자`에서 현재 `외교적 파트너`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측의 최고 성과는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미국의 반대 의사 표명을 이끌어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9일 원 총리와의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정책은 `하나의 중국`이며, 일방적으로 양안 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대만 지도자의 어떤 발언이나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부시가 취임 당시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대만을 보호하겠다`고 중국을 견제했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이다. AP통신은 “부시는 중국과 대만에 양다리를 걸치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포기하려는지도 모른다”며 “이것은 경제와 안보 면에서 중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역불균형 해소, 위안화 평가절상,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 등 경제 문제를 최고 현안으로 내세운 미국은 중국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손에 쥐지는 못했다. 원 총리는 “장기적으로는 통화를 재평가할 의지가 있지만, 당장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8일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양국의 무역분쟁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적 논리로 해결해야 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축이 미국 내 추가 고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미 정부의 보복조치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 총리는 “나는 세계 최고의 경제강국과 싸움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대체적으로는 우호적으로 경제 협상에 임했다. 그 결과 양국은
▲내년 1월부터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한 회담을 정기적으로 열고
▲중국의 자동차산업 규제를 완화하며
▲통상마찰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간 고위급 협의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다우존스는 10일 이에 대해 “교착 상태에 빠진 미중 무역 갈등에 있어 근래 보기 드문 진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원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답보 상태에 빠진 북한 핵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으나 극적 반전은 나오지 않았다. 양국은 또 “우리는 외교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제 테러리즘에 함께 대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