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꼬이는 일본 정국, 더 꼬이는 아베노믹스

아베, 증세 유보·중의원 해산 굳혀… 자민당에 12월 선거 준비 지시

'대의명분 부족' 내부 불만에 실탄 쥔 일본은행 난색 표명

경제법안 추진 차질 가능성


아베 신조 총리가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2차 인상을 미루고 중의원 해산과 조기총선을 단행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갑작스레 선거를 치르게 된 정치권의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아베노믹스'의 실탄을 쥔 일본은행이 증세유보에 난색을 표하는 등 정책당국 간 균열이 불거지고 있고 의회 해산으로 경제 관련법안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경제의 앞날도 한층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니치신문은 13일 아베 총리가 당초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인상(8%→10%)을 늦추기로 방침을 굳혔으며 새로운 인상시기는 오는 2017년 4월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총리관저에서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과 회동해 "중의원 해산시기를 모색해야 한다"며 의회 해산과 추가 증세유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아베 총리가 자민당 집행부에 12월 중의원 선거에 대비한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선거는 내년도 예산편성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빠른 일정인 다음달 2일 공시-14일 투개표 방안으로 추진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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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해외순방 중인 가운데 중의원 해산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자민당 내에서는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하고 경기도 부진한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부담과 '대의명분' 부족을 지적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당내 고참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율 인상과 해산이 무슨 상관이냐" "선거를 치르면 의석 수가 줄어들 것"이란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여기에 증세를 둘러싼 정권 내 균열과 꼬여버린 정치일정으로 아베노믹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세 인상유보 가능성이 고조된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이뤄진 추가 양적완화 결정이 "2015년 10월 소비세율 인상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아베의 의중과 상반되는 발언을 했다. 이날 아소 다로 재무상도 "증세는 유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세유보 기대감으로 가파르게 오르던 일본 주가지수 상승폭은 이후 크게 둔화되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어긋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장에서는 "증세유보를 재무성과 일본은행이 양해하지 않았다면 앞으로의 정책연대에 균열이 가게 된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또 증세를 미룰 경우 경제성장률은 다소 호전되겠지만 일본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가파른 엔저와 금리급등을 초래하며 일본 경제에 타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12일 일본 10년만기 국채는 0.535%로 올라 9월22일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저는 아베노믹스의 최대 성과로 꼽히지만 최근의 가파른 통화가치 하락은 오히려 일본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자민당의 12월 총선공약은 엔저 및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대책이 주요 내용이 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노무라증권은 12일자 보고서에서 증세유보로 내년도 일본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은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베노믹스 관련 법안들이 심의를 마치지 못하거나 폐기되면서 성장전략 추진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예정에 없던 중의원 해산과 증세유보 결정은 아베 정권과 아베노믹스의 위기를 총리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 된다. 스피로소버린스트래티지의 니컬러스 스피로 디렉터는 블룸버그에 "가뜩이나 취약한 아베 총리의 정국운영과 경제정책에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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