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무원이지만 민간 기업식 퇴출 시스템 도입, 정년 보장 문제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직급에 따라 견해가 완전히 엇갈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무원 조직에도 민간처럼 퇴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고위공무원은 10명 중 8명 이상이 퇴출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하위공무원은 과반수 이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2·3급 공무원 중 80%가 퇴출 시스템이 '일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8.6%는 아예 '민간과 같은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6~8급 공무원 중 50.5%는 '직업 특성상 신분 보장이 필요하다'며 민간식 퇴출 시스템 도입에 반대했다.
이는 부하직원을 많이 거느린 상사 입장에서는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 대해 퇴출제를 적용해 조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안정성을 바라보고 임관한 하위공무원들은 반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의 퇴출조치'를 총리실에 지시했으나 실제 제도 도입 과정에서 직급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고위·하위 공무원들은 정년 보장에 대해서도 인식 차를 드러냈다. "정년 보장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2·3급 중 67.6%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11.8%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8급 공무원은 87.5%가 '대체로 잘 지켜진다'고 답했다.
최순영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료 혹은 가까운 선배들이 승진인사에서 밀려 정년보다 일찍 옷을 벗는 것을 보게 되는 고위공무원은 정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아직 공무원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하위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논란이 된 산하기관 재취업 문제, 이른바 낙하산에 대해서도 당사자인 고위공무원은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지만 하위공무원은 부정적이었다. 2급 공무원 중 65.4%가 '자질이 있다면 문제없다'고 응답했다. 7급 공무원 중에서 이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이 34.2%에 그쳤다. 공무원 퇴직 후 3년간 민간 기업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과 관련된 인식도 양극화를 보였다. 2급 공무원 중 73%가 '(제한이) 과도하므로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7.7%는 아예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8급 공무원의 71.4%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당장 재취업길이 막힌 고위공무원은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반면 이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하위공무원은 정반대의 입장을 보인 셈이다.
손실 보전을 위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개혁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이었지만 특히 직급이 낮을수록 부정적인 견해가 강했다. 2급 공무원 중 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8%였지만 8급은 87.5%에 달했다. 최 연구위원은 "고위공무원은 자부심이 있어 국가를 위한 합리적 개혁에는 수긍하는 면이 있는 반면 하위공무원은 '적은 월급 때문에 연금만 바라보고 일하고 있는데 이것까지 깎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결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