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IMF간섭서 벗어나 금융위기 공동대처

韓·中·日통화스와프 계약<br>中과도 40억달러로 확대 국제사회 영향력 강화로 亞 통화안정에 기여할듯


한ㆍ중ㆍ일 3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어려울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승인 없이도 3국이 서로 돈을 빌려줌으로써 역내 금융위기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이는 동시에 역내 금융ㆍ통화 협력 강화로 국제사회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를 위해 3국 중앙은행은 내년부터 3국 은행들의 고위급 직원간 연례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상호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에 한은과 일본은행이 맺은 30억달러 규모의 원ㆍ엔 통화스와프는 IMF의 간섭을 받지 않고 양국간 합의만으로 평상시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일간 체결한 원ㆍ달러 스와프는 무용지물이었다. IMF가 특정 국가가 외환위기에 빠졌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자금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은) 아시아 역내에서 역내통화표시의 자본흐름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며 “화살 셋을 한데 묶으면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는 일본 속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중 중앙은행도 통화스와프 규모를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2배 확대하며 IMF 프로그램과 연계하지 않고 자율 지원할 수 있는 비율도 스와프 규모의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과 한국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고 IMF와 연계하지 않고 지원할 수 있는 비율도 상향 조정함에 따라 아시아 역내 금융안정을 위해 역내의 독자적이고 유연한 조치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스와프 계약이 아시아 국가 통화가치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 미국으로부터 평가절상 압력을 받는 중국 위앤화가 한국과 일본 등으로 분산될 경우 자연스럽게 위앤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통화절상 압력에 대해서도 3국은 통화교환 등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다. 3국간 적극적인 스와프 확대가 진행돼 환율 협력이 공고히 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유로권과 같은 ‘통화통합’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날 3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서명식을 마친 뒤 1시간 동안 회동을 갖고 각 중앙은행의 국장급 인사들간에 연례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내년 상반기 중 한은 주최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 3국 중앙은행은 상호간 직원교류를 확대해 실무지식의 증진과 경험의 상호 공유, 인적 네트워크 공유 등을 꾀하기로 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통화스와프 계약 서명식을 마친 후 “어려운 시기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며 “이제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한ㆍ중ㆍ일 3국 중 어느 한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돕기로 약속했다”고 선언했다. 97년 외환위기 악몽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한ㆍ중ㆍ일 3국간에 IMF와는 별도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 박 총재는 “이런 약속에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합심해 참여하게 되면 아시아 국가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가 깊어질 것”이라고 밝혀 아시아 국가간의 통화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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