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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여성이 아니라도 30대란 참 어정쩡한 나이다.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과의 간극 속에서 '이대로 괜찮은 건가'라는 불안이 하루에도 몇 번씩 치솟는 나이. 특히 싱글 여성이라면 불안은 배가 된다. 약간 때를 놓친 듯한 결혼 문제와 제자리걸음 중인 커리어 문제 등으로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여기 30대 싱글 여성들 앞에 줄줄이 놓인 문제들을 두고 목하 고민 중인 한 여성이 있다. 이름은 '수짱(시바사키 코우 분)'. 34살에 직업은 카페 점원. 요리를 좋아하기에 직업은 나름 마음에 들지만, 결혼은 아직. 사귀는 사람도 없지만 카페 매니저 나카타 상이 조금 신경 쓰인다. 그녀의 친구 '마이짱'은 철없는 후배와 짜증 나는 상사 사이에서 '피곤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직장여성. 불륜 중인 듯하다. 지인 사와코상은 마흔을 목전에 둔 웹디자이너. 치매에 걸린 할머니, 할머니의 수발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자신이 결혼해 버리면 엄마와 할머니가 어떻게 살지 마음에 걸린다.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사진)'는 이 세 명의 인물을 통해 30대 여성들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특별한 결론은 없다. 하지만 평범한 그녀들의 일상을 보노라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위로가 전해진다.
일본에서 270만 부 이상이 팔린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가 원작이다. 평범한 30대 여성의 소박하고 담담한 일상을 그려 또래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이야기. 영화 역시 원작의 장점을 백분 살리려 노력한다. 다만 주인공들의 정서는 원작보다 다소 풍성해진 느낌이다. 수짱도 마이짱도 원작보다 잘 웃고, 잘 운다. 책을 본 사람들 또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9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