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저와 노조집행부의 진정성을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설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종쇄(48·사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27일 기자와 만나 "임금안 위임 건을 추진하면서 노동 활동가에게 공격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같이 털어놓았다. 오 위원장은 지난 23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 이어 25일 임시대위원대회에서 노사상생을 위해 임단협 무교섭 위임안이 통과된 뒤이어서 표정이 무척 밝았다. 사상 유례없는 경기불황 속에서 노사상생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오 위원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단체교섭의 존재 이유는 지속가능한 고용보장을 위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경영위기 속에서는 이번 위임 건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타당성을 찾았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또 "지금 현대중공업의 (경영)사정은 괜찮지만 문제는 조선업계의 내일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면서 "현 경제위기가 끝날 시기를 알면 오늘 괜찮다고 잔치를 하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조선을 통한 물동량 감소, 수주 연기요청과 취소 등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일을 대비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이런 고민을 통해 "사람 중심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결과 임금안을 사측에 백지위임하는 대신 3년 이상 고용보장과 사내협력사 직원들의 처우를 보장할 것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 오 위원장은 특히 이번 임금안 백지위임 건을 놓고 노동계 일각에서 '노조가 교섭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상승이 아니라 고용안정을 택한 것"이라면서 "경제위기 속에서 노사가 긴밀히 협조해야 할 때에 교섭하지 않음으로써 노사가 단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경제위기 속에서 느림과 여유를 찾는 게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번 현대중공업 노조의 결정도 경제위기 속에서 임금상승의 템포를 조금 늦춰 노사 서로에게 미래를 대비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