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지난 16일 하원 통화위원회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중국이 일정시점에서 위앤화의 변동환율제 채택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코멘트는 거의 내정간섭 수준으로 보인다.
왜 이토록 미국의 정ㆍ재계는 위앤화의 평가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걸까. 그리고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한국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자.
위앤화 평가절상설이 최근 부쩍 유포되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위안화 평가절상 논의를 낳게 된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불균형 상태에 있다. 지난 3년간(2000~2003년) 중국은 733억5,000만달러의 누적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한편, 1,403억4,000만달러의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할 경우 역시 대규모의 자본수지 적자가 발생해 유입된 자금을 해외로 유출시키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엄청난 외화의 유입은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증가(1,317.3억 달러)로 이어져, 상해지역 부동산 거품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두번째 요인은 최대의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심각한 대외교역 불균형 때문이다. 올 1~5월 중국의 대미 흑자규모는 439억8,000만달러로 전년 같은기간의 346억2,000만달러에 비해 무려 27.1%나 늘어났다. WTO가입 이후 대 중국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미국으로서는 `위앤화 평가절상` 이외에 무역불균형을 해소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 요인은 전세계적인 환율전쟁의 위험성을 들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약(弱)달러 정책을 펼치면서 지난 2년간 유로/달러 환율은 25.5% 하락했다. 반면 아시아권의 엔/달러 및 원/달러 환율은 각각 13.0%, 11.7% 하락에 그쳤다.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국의 환율이 달러에 대해 고정되어 있는 이상,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이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을 회피하기 위해 대거 개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중국의 평가절상을 계기로 환율전쟁의 위험이 사전에 제거되기를 기대하는 한편, 적극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요인을 감안할 때, 위앤화 평가절상의 요구를 중국이 완전히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WTO가입 이후 경제규모에 맞는 위상을 확보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도 노력이거니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정부의 국제화노력 역시 위앤화 평가절상을 수용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위앤화 평가절상의 시기면에서는 2003년 하반기보다는 2004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는 2분기 사스의 영향으로 6%대의 저성장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물가상승률이 `0`%에 그치는 등 심각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위앤화를 평가절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외환시장부터 내수경기 부양에 이르는 경제전반의 개혁정책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내년중 위앤화가 평가절상 된다면, 한국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일각에서는 위앤화 평가절상이 한국에 도움될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중국경제의 변화과정을 살펴볼 때 비관보다는 낙관적인 입장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듯 하다. 지난 2년간 원/달러환율이 11% 하락하는 동안 위앤화의 가치는 고정돼 있어, 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위앤화 평가절상에 따른 충격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경기 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한국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지금 중국경제가 처해있는 상황은 1980년대 중반의 한국과 자주 비교된다. 당시 우리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평가절상`압력을 받았으며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시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결국 한국경제는 미국의 `평가절상` 압력을 수용하고 내수시장을 개방하는 한편 수출부문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경기 부양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80년대 후반, 한국이 했던 일을 중국이라고 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는 듯 하다. 베이징올림픽, 후진적인 금융시스템, 막대한 무역흑자 등 중국은 15년전 한국이 갖고있던 고민을 그대로 맞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규모에 맞는 위상확보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수출경제의 타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경기부양 및 내수시장 개방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동차·기계·전기전자·화학 등 한국의 수출기업 뿐만 아니라 유통·음식료 등의 내수기업에게도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춘욱(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