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세기 첫 전쟁]<中>생화학테러 패닉

일상속 파고든 공포의 '더러운 무기'9.11 테러 대참사 및 이에 따른 미국의 보복공격 와중에서도 미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눈과 귀는 온통 탄저병 테러에 쏠렸다. 생화학 무기에 의한 테러는 전선에 관계없이,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훨씬 큰 공포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21세기 첫 전쟁으로 기록된 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개념의 전쟁(New War)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생화학 무기가 테러의 전면에 부상하게 됐다는 사실로 인해 더티 워(Dirty War)라는 오명을 추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생화학 무기, 주요 테러 수단 부상 현재 미국은 탄저병 테러가 누구에 의해 자행된 것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 때문에 탄저병 테러를 이번 전쟁과 직접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진 테러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생화학 테러가 잇따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생화학 무기는 적은 비용과 노력에 비해 테러 효과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빈자(貧者)의 핵무기로 비유되고 있다. 실제 이번 탄저병 사태는 세계가 세균 및 화학물질을 이용한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감염 루트를 확인해 범인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생화학 공격은 앞으로도 주요한 테러 수단의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 전세계, 탄저병 공포로 집단 마비 탄저병 테러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은 패닉(panic)이다. 패닉이란 생명에 중대한 위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특수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일어나는 집단적 도주 현상을 말하는데, 이번 탄저균 테러 역시 이 같은 패닉을 노린 은밀한 전쟁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탄저병 테러로 미국은 의사당마저 폐쇄되는 극도의 패닉 현상을 보였으며, 모방범죄의 극성은 위협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세균이나 독가스에 의한 테러 공포감으로 방독면 품귀 현상이 나타났으며,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적개심이 확산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장막까지 쳐지는 등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세계가 집단 마비되는 양상까지 빚어졌다. ◆ 생화학 테러는 강대국의 부메랑 생화학 무기는 대량 살상력으로 인해 확산이 금지되고 있다. 지난 75년 발효된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은 생물무기의 개발ㆍ생산ㆍ비축을 금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생물무기의 완전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난 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화학무기의 완전 추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CWC는 처음부터 강제사찰을 포함해 강력한 검증체제와 미 가입국에 대한 특정 화학물질 교역 규제 등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제재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BWC는 아예 검증장치가 없는 상태다. 생화학 무기의 전쟁 동원 사례를 보면 1차 대전 당시 독일ㆍ영국ㆍ프랑스, 2차 대전 당시 일본, 그리고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강대국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세기 인류를 반인륜적 공포에 떨게 했던 생화학 무기가 21세기에는 빈자의 핵무기가 되어 이들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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