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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휴가를 갈 것 같다. 야구장에 못 갔는데 제일 먼저 야구장에 가고 싶다."
퇴임을 앞둔 정운찬 국무총리가 3일 총리실 실무관급 여직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답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날 사실상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법과 원칙 준수'를 강조하며 4대강 사업과 교육정책과 관련한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정치적 발언으로도 볼 수 있는 발언을 서슴없이 토해냈다.
또 정 총리는 국제금융과 국내금융부처가 분리돼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무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정 총리는 진보성향의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의 4대강 사업 및 교육정책 반대 움직임에 "법과 제도적 원칙의 틀 안에서 행정은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는 원칙의 틀 안에서 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에 벗어나는 사례들이 자주 발생돼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그리고 김승환 전북 교육감을 겨냥한 것이다.
아울러 정 총리는 "공무원 개개인은 열심히 일하지만 정부 조직이 100% 스마트하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지난 10개월간 정부 업무의 효율성 등에 대해 느낀 소회를 피력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공직자들의 근무 행태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여기에 정 총리는 "국제화가 가장 빠르게 진전된 금융분야에서 왜 국제금융정책부처와 국내금융정책부처가 분리되어 있는가에 대한 학계의 문제제기는 국무총리로서는 대답하기 매우 곤란한 질문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정 총리의 발언은 미래지향성을 갖고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행정부 스스로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행정각부는 제한된 인력으로 어쩔 수 없이 현안해결에만 매몰돼 자칫 국가의 백년대계 및 장기전략 추진에 소홀하기 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의 백년대계 및 장기전략 추진을 위한 공무원 증원론을 역설했다.
세종시로 얼룩진 국무총리 직무의 부담감에서 벗어난 듯 비교적 홀가분한 정 총리였지만, 이날 자리에서 정 총리는 그 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국정 현안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한 셈이다.
퇴임 하면 그 동안 찾지 못했던 야구장을 찾아 일반인으로서의 생활을 누리겠다는 정 총리. 그는 이날 총리실 여직원들로부터 고래 그림이 그려진 넥타이를 선물 받고, 각종 논란으로 점철된 공직생활에 대한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