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농촌의 영농시계(時計)는 매서운 한파 속에 꽁꽁 얼어버렸다. 여느 때 같으면 한 해 농사설계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바쁜 농촌일상이 올해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난해 11월28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신고, 발생된 구제역이 전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해가 바뀌어도 좀처럼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해 축산농가는 물론 우리농업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축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구제역 확산으로 우리 농업·농촌에 미치는 우려되는 사항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이 농업인의 '새해농업인실용교육'이 무산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농가들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사실상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시·군의 농업기술센터 담당 교관들도 연일 구제역 방역 및 확산저지에 사투를 벌이고 있어 교육계획 자체를 수립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해 영농실용 교육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정보나 기술습득 등 영농설계를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둘째, 정부의 농정시책 추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긴급 비상사태인 구제역 확산저지 및 방역에 모든 집중을 하고 있어 쌀산업 발전 5개년 계획, 농산물유통 개선 대책, 농업보조금 개편방안 등 연초에 발표해 추진해야 할 정부정책이 그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셋째, 구제역 파동에 따른 육류소비의 급격한 감소와 보완재 관계에 있는 쌈 채소(상추ㆍ깻잎)의 소비도 크게 줄어 들어드는 등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농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육류 공급량 감소로 설 명절을 앞두고 산지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인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이상 한파에 따른 난방비 증가와 생육부진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채소와 과일 가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구제역 파동이 지속되면서 연초부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한 해 농사를 준비야 하는 모든 농가들이 한파 속 깊은 시름에 잠기고 있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축산농업인ㆍ지방자치단체ㆍ정부ㆍ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유관기관과 단체에서는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정하여야 할 법안이 있으면 과감히 손질을 해야 할 것이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임을 깊이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