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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미국의 한 유명 시사 주간지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아래 사람들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는데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은 52%, 그 해에 사망한 테레사 수녀는 79%, 그리고 자신은 87%였다.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더 긍정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게 흥미롭다. 이는 미국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사고체계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사고체계가 존재한다. 하나는 '체계적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단서중심적 사고'다.
체계적 사고는 주어진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방법이고, 단서중심적 사고는 주어진 정보 중에서 특정한 정보만을 유의미한 것으로 해석하는 다소 주관적인 방법이다.
상반될 것 같은 두 가지 사고체계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체계가 더 낫다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체계가 다를 뿐임을 뜻한다. 체계적 사고는 주어진 정보가 나에게 꽤 중요한 것들이어서 이성적으로 꼼꼼하게 분석이 필요할 때 쓰인다. 단서중심적 사고는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자기에게 유용한, 즉 자기 중심적인 측면에서 의미있는 것만을 파악할 때 유용하다. 앞서 천국과 관련한 질문에서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한 것은 단서중심적 사고체계가 발동한 사례다. 사실 체계적 사고체계를 동원해 가능한 정보를 모두 분석했을 때 테레사 수녀보다 더 선량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요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수없이 많은 정보 중에는 100세시대와 관련된 것들이 상당히 많다.
길어진 수명, 낮은 출산율, 고령화와 저성장, 노후빈곤 등 사실 많은 것들이 100세시대와 관련된 뉴스들이다. 이러한 뉴스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우리는 어떠한 사고체계를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단서중심적 사고체계를 활용해 이 정보들을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 즉,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가 아니라는 판단에 대략적인 의미만을 받아들이고 세부적인 것들은 버림으로써 뇌의 부담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100세시대를 맞아 이와 관련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체계적 사고방식이 맞다. 모든 정보를 보다 꼼꼼히 살펴보고, 그에 대응하고 준비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 같은 사고체계로 대응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이미 50%에 육박하고 있는 노인 빈곤율이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흘려 들어서는 안되는 정보들인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운전실력이 좋다'라거나, '자연재해는 나를 빗겨 갈 것이다'같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체계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100세시대를 바라볼 시점이다. '50%에 육박하는 노인 빈곤율은 남의 일이다'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