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장기성장 돌파구 찾는 '미래전략가'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홈쇼핑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해외 진출과 연관 사업 인수합병(M&A) 등 중장기 성장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허 사장은 특히 지난 2005년 부사장 시절 GS그룹 출범과 함께 GS홈쇼핑으로의 브랜드 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끈 점이 눈에 띈다. 얼굴을 맞대지 않고 거래하는 홈쇼핑의 특성상 브랜드 파워와 신뢰도는 소비자들의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당시 허 사장은 단순히 간판만 바꿔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직원의 행동 양식을 포함해 통합적인 브랜드 교체를 추진했고 그 결과 홈쇼핑 업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지속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하고 장기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늘상 강조하는 허 사장은 미래 전략가로 통한다. 케이블 TV홈쇼핑 사업 일변도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 E커머스 부문을 복수의 주력사업으로 승격시키고 디지털 TV를 통한 T커머스와 휴대전화를 활용한 M커머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규 시장 개척과 관련된 M&A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05년 중국시장 진출, 2006년 GS강남방송 인수, 2008년 인터넷 쇼핑몰 디앤샵 인수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허 사장의 리더십을 두고 ‘임파워먼트(empowermentㆍ권한 이임) 리더십’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CEO로서 억지로 활기를 주입하기보다는 직원들 내면에 존재하는 잠재력과 활기를 끌어내는 역할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특히 사회봉사 활동이 조직원간 교류와 통합을 이뤄준다는 점에서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서원간 장벽이 높아지고 그러다보면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하기 쉽지만 봉사활동처럼 서로 다른 부서원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업무에 대한 시너지 효과도 높아진다는 것. 허 사장은 “르네상스 문명의 중심 역할을 한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은 당대 예술가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한 것보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통합과 시너지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면서 조직원간 교류와 통합을 강조한다. 허 사장은 자신의 업무 영역에만 안주하지 말고 회사가 지향하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뉴미디어 신유통 업종을 리드하기 위한 조직 문화로 ‘크리액티브(크리에이티브+액티브)’를 주창한 것도 같은 맥락 이다. 그는 또 기업 성장의 원천으로 상상력을 강조한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을 창출하려면 기존의 일상적인 업무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허 사장은 부임 이후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수 있는 다양한 기업문화 활동을 전개해왔다.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매월 8개 부서가 함께 하는 ‘믹스&매치 파티’, 캐주얼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북카페, 임직원 공연 관람 이벤트 등은 지난 1년간 그가 제안한 기업문화 운동의 일환이다. 허 사장은 반복된 업무에 지친 직원들에게 상상력을 충전하고 잠들어 있는 창조성을 깨울 수만 있다면 사업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온라인 기업에 걸 맞는 빠르고 융통성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신바람나게 일할수 있게 만들면 직원도 행복해지고 회사도 성공할수 있다는 의미다. ■ "봉사활동 외부 알리지말라"
자선바자회·서해안 봉사활동등 남몰래

허태수 사장이 GS홈쇼핑에 상무로 처음 부임한 지난 2002년. 당시 물류 점퍼를 입고 건물 비상계단을 뛰어다니던 그를 알아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훤칠한 키에 호남형으로 눈에 띄는 인상임에도 그의 행보가 소박하고 겸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Follow me'(나를 따르라)보다는 'From me'(나부터)가 중요하다. 주인의식을 갖고 나부터 솔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말을 자주 한다. 허 사장은 조직의 혁신에 대해서도 수시로 강조한다. "진정한 변화는 생각의 변화와 더불어 행동의 변화가 뒤따를 때 실현된다", "변화는 힘들고 어려운 과제이지만 변화를 리드해 성공하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조직원들의 변화를 독려한다. 허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사회공헌 활동에 몸소 참여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주말 시간을 쪼개 지역 아동센터의 김장 김치 담그는 일을 돕거나 자선바자회 판매원으로 나서기도 한다. 서해안 기름 유출 때는 피해 현장을 찾아 하루 종일 땀을 흘리기도 했다. 위로금만 전달하고도 보도자료를 만들어 알리는 기업들과 달리 허 사장은 "봉사의 의미가 퇴색한다며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허 사장의 행동이 알려지자 직원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신청이 잇따르기도 했다. ■ 허태수 사장은

허태수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재벌가 오너 경영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법 하지만 그를 겪어본 지인들의 평가는 '소탈함'과 '부지런함'으로 요약된다. 컨티넨탈은행, LG투자증권 등 금융계통에서 일하다 2002년부터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경영기획부문장 상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쳤다. 2007년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20여년에 걸친 경영수업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자의 자질을 준비해왔다. 젊은 CEO로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행보도 눈에 띈다. 허 사장 취임 이후 GS홈쇼핑 시무식에서는 으레 행해지던 연설이 사라졌다. 연설 형식의 인사를 없앤 대신 경영 방침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임직원들에게 전달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핵심을 찌르는 화법으로 직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과거처럼 연설문 속 행간의 의미를 살필 필요가 없고 지루하지도 않다는 게 직원들 반응이다. ■ 경영원칙

▦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성장 도모 ▦ 부서간 장벽 허무는 창조 경영 ▦ 크리액티브(크리에이티브+액티브) 조직문화 ▦ 직원 잠재력 끌어내는 임파워먼트 리더십 ▦ 기업 성장의 원천은 상상력 ◇ 약력 ▦1957년 부산 출생 ▦1982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5년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6년 컨티넨탈은행 대리 ▦1997년 LG증권 런던현지법인장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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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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