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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투자진흥지구 '혈세 먹는 하마'로

용지 제3자에 되팔아 수십억 차익

미술관 등 끼워넣어 세 혜택만 쏙


콘도만 지으면 지구 지정 안돼 미술관 등 0.2%만 포함시키고

면세 누리면서 투자는 나몰라라


제도 허점 악용하는 건설사 늘자 道, 투자이행 기간 설정 등 추진


# 개발업체인 B사는 지난 2008년 제주도 내 공유지 16만㎡를 사들여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투자진흥지구로 지정 받았다. 6년이 지난 현재 개발사업의 공정률은 50%에 채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이 회사는 사업부지의 20%에 해당하는 3만7,829㎡를 중국 자본에 팔아 47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개발용지 상당 부분을 제3자에게 되팔아 땅장사를 한 셈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부지매각 후에도 투자진흥지구 지정에 따른 73억원의 세제감면 혜택을 계속 적용 받고 있다.

제주도에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도입된 투자진흥지구가 기업들의 각종 꼼수 탓에 오히려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업계에 따르면 투자진흥지구 신청을 한 뒤 면세 혜택만 받고 막상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는 '먹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억원 이상의 면세가 이뤄지면서 그 부담이 도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주도 내에는 총 46곳 1,948만 8,000㎡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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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악용하는 사례 중 하나는 세제감면 혜택만 받고 막상 공사는 진행하지 않는 경우다. A사의 경우 골프장 부지를 포함해 공유지 405만8,005㎡를 매입해 2008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 받은 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사를 5%만 진행하고 있지만 20억원의 세제감면은 그대로 받고 있다. P사 역시 2005년 560억원을 투자해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해 지구 지정이 이뤄졌지만 2011년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3억원의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투자계획 금액만 1조268억원에 이르는 C사의 사업은 아예 착공조차 하지 않은 채 63억원의 세금을 감면 받았다.

콘도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투자진흥지구 지정 대상인 박물관·미술관을 '끼워넣기' 식으로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분양사업 위주인 콘도는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될 수 없지만 박물관 등이 포함되면 '전문휴양업'으로 인정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제도상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2011년 지구로 지정된 D사의 리조트 사업은 박물관·체험농장 등 당초 계획된 시설투자는 제외한 채 콘도 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투자진흥지구 신청상태인 E사의 리조트 사업도 전체 9만7,398㎡ 부지 중 99.8%를 콘도로 개발하고 있는 반면 미술관은 0.2%인 2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성효 유엔알컨설팅 제주본부장은 "휴양시설에 미술관과 박물관을 1%만 집어넣어도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보니 사실 '먹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경실 제주국제자유도시본부장도 "휴양시설 전체가 영주권을 위한 분양 콘도로만 지어지면 1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사람들로 인해 그 지역은 유령화된다"며 "경제순환을 시키는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투자진흥지구 제도가 악용되면서 제주도도 최근 투자이행 기간 설정과 과태료 부과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이미 제주도는 올해 4월 착공에 들어간 후 투자진흥지구 신청을 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제주도청의 한 관계자는 "투자이행 기간을 설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투자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곳은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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