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쇼'로 끝난 건설사 징계

"그거 어차피 쇼 아냐? 사면될 줄 알았다."

정부 사면이 발표된 10일 기자가 만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 치의 놀라움도 없이 이같이 얘기했다.

허위 입찰서류로 공공 부문 입찰제한 징계를 받았던 건설사들이 12일 정확히 45일 만에 사면된다. 3개월의 최소 징계를 받았던 건설사들까지 징계의 반을 채우기도 전에 면죄부를 받았다. 최장기간인 9개월의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징계기간의 6분의1이 지났을 뿐이다. 더 심한 것은 법원이 입찰제한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건설사들은 그동안 실제 아무런 징계를 받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설사는 불법을 저지르고, 정부는 그에 합당한 징계를 말로만 내리고, 그 말마저 원천무효로 없어진 게 쇼가 아니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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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조달청의 계약심의위원회가 있기 전부터 건설사들은 '일부 허위서류 제출 부분은 일종의 관행이었다'며 극렬히 반발했고 징계가 이뤄지면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실제 징계가 이뤄진 직후 업체들은 고개 숙여 사죄를 표하기는커녕 법원에 입찰금지 처분 취소 소송을 내기 바빴다. 입찰제한 조치는 4개사에 9개월, 39개사에 6개월, 25개사에 3개월 등 총 68개사에 강력한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건설사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현 정부 들어 건설사들은 4대강 정비사업, 경인운하 등의 토건사업으로 수십조원의 매출을 보장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허위 입찰서류까지 꾸며 많은 수익을 냈을 건설사들이 "당장 3~6개월간 공공공사 수주가 중단되면 부도 등 회사 퇴출 위험이 늘어나고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며 우는 소리를 한 걸 생각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사면이 지난 2000년과 2006년 이후 현 정부 들어 처음 시행되는 건설업계 사면이라 밝혔지만 일반 국민은 한 달 전 징계를 사면으로 없애는 말도 되지 않는 조치로 보고 있다.

MB정부는 집권 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외쳤지만 이제 보니 '정경유착'의 다른 말이었나 보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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