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Merchandiser)란 단어 중 MD는 '뭐든 다한다'의 약자 입니다.'TV홈쇼핑 상품을 기획하는 한 여성MD의 농담 속에는 자신만만한 프로근성이 배어 있다. MD는 홈쇼핑,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상품을 기획, 선정 구매해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전문직종.
홈쇼핑은 주요 고객이 주부들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유통업체보다 여성MD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다.
이 같은 우먼파워는 홈쇼핑 업체 어느 곳에서나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매출로 드러나는 이들의 역량과 실적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여기저기서 치솟아 나오기 일쑤다.
LG홈쇼핑 이강아(35) 과장도 그런 MD중에 한 명이다.
8살 아들과 5살 난 딸을 두고 있는 그녀는 직장생활 13년째. LG홈쇼핑에는 지난 2000년 상품기획팀으로 입사, 주방용품 전문 MD로 일하고 있다.
이과장의 주종목은 그릇, 냄비, 프라이팬, 조리용기, 밀폐용기, 칼, 수저, 보온병 등 전기 코드가 달려 있지 않는 모든 주방집기.
그녀는 오프라인 매장과 해외 전시회에서 눈여겨 본 트렌드와 디자인, 고객 소비성향 등을 바탕으로 신상품들을 잇따라 출시, '그린 크로바' '프리티 로즈'같은 그릇 세트들을 히트 시켰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에 모두 사용 가능하고 음식 보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락엔락'이나 '알파라인 진공용기'는 그녀가 기획한 대표적인 상품들. 특히 락앤락은 지금까지 30만 세트 이상이 판매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 과장은 "업체에서 가져오는 상품 중 하나를 골라 방송하면 쉽게 일 할 수도 있지만 개발단계부터 함께 한 상품에 고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CJ39쇼핑의 인터넷쇼핑몰인 CJ몰에서 패션상품을 담당하고 이재연(32) 과장은 연세대학교 의생활학과를 졸업하고 신세계백화점에서 PB(Private Brand)디자이너를 거쳐 지난 4월 입사한 10년차 전문 MD.
입사 3개월 밖에 안되는 이 과장은 내로라는 실적으로 사내외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입사 후 첫 업무로 CJ몰에 20여 브랜드 700여종의 상품으로 구성된 'CJ명품관'을 오픈해 소개한 상품이 3일만에 품절되는 발군의 소싱 능력을 과시한 것. CJ몰에서 패션상품의 비중을 약 15%로 끌어올린 그녀는 현재 1,500종의 상품을 관리하고 있다.
이 과장은 "인터넷 쇼핑몰에도 품격이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멋과 실용성을 겸비해 마니아가 몰리는 패션숍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MD 권진미(27) 대리의 전문분야는 언더웨어. 권 대리는 30대후반~ 40대를 겨냥한 '네오 보정브라'로 금년에만 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군살을 보정해주면서도 외양이 우아한 한 제품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녀가 언더웨어 MD를 맡게 된 이유는 '여성 패션의 시작은 속옷'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더욱이 언더웨어는 홈쇼핑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가장 주문건수가 많아 신규고객 창출에 밑거름이 된다는 믿음으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홈쇼핑의 간판 보석 프로그램 '김하연의 주얼리 프로포즈'MD 김하연 차장(40)은 95년 입문한 8년차 베테랑.
차분한 말솜씨와 수려한 외모, 보석에 대한 심미안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녀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방송출연과 상품 소싱(MD)을 함께하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유명하다.
김 차장은 86년 결혼 후 화가인 남편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유학, 10년간 보석 공부에 매달려 프랑스 국립 국제 보석감정 학교와 벨기에 국립보석감정학교에서 감정사 자격증을 땄다.
특히 벨기에에서 체계적으로 배운 다이아몬드 감정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그녀가 담당하고 있는 보석판매 프로는 주 4~5회 방송에 월 40억 이상 매출을 기록, 고가의 가전을 제외하면 편성시간당 매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보석MD뿐만 아니라 상품기획 2파트의 책임자로 여성의류, 속옷, 패션잡화, 이미용품 등 여성관련 용품을 관장하고 있는 그녀의 희망은 전공을 살려 보석 역사에 관한 글을 쓰는 것.
농수산TV 이혜정 MD(28)의 경력은 남다르다.
97~98년까지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로 일을 하던 그녀는 98년 씨앤텔에 구성작가 겸 카피라이터로 입사했고 상품 보는 안목이 상품기획팀장의 눈에 띄어 MD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이 대리는 농수산TV 입사후 '해피 콜 쿠킹세트'를 개발, 방송마다 매진 행진을 기록하며 시간당 매출 2억원을 돌파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그녀는 "남편감은 한번 택하면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상품 개발할 때처럼 까다롭게 고르고 있다 ."며 "요새 판매하고 있는 '진사골 곰국'같은 사람이면 신랑감으로 OK" 라고 말했다.
현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