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운명, 차이나파워 대응에 달렸다"

이건희 회장, 中 대응 전략 지시<br>"아시아서 영향력 커져"<br>부상하는 중국에 대처 신사업 등 强드라이브


2001년 11월, 당시 이건희 회장은 전자 사장단회의를 중국 상하이에서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중국의 대응 전략과 삼성의 생존전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중국어를 할 줄 모르면 아마 취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한 게 그것.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회장은 여전히 중국을 마음에 두고 있다. 이 회장은 본인의 발언을 최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부터 중국어 능통자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회장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아시아에서 커지고 있고 영향력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에게 중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영원한 숙제다.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대응이 삼성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서초 사옥에 정기 출근하면서 갖은 그룹 임원과의 오찬에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면에는 예상보다 중국의 부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삼성의 위기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의 주력 분야인 조선ㆍTVㆍLCD 등의 분야에서 중국 업체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TV는 현재 삼성이 세계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1위를 가장 위협하는 업체는 바로 중국 메이커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1년 뒤면 삼성과 중국 TV는 겉에서 보면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LCD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로컬 업체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량 증설에 나서면서 한국 LCD의 운명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중국 내 LCD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될 경우 삼성 LCD 역시 설 땅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어 능통자에 대한 가점 부여는 채용제도를 바꾸는 것 이상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10년 전 중국을 경고했던 이 회장이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본 중국은 성장 속도가 예측을 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회장은 "미국과 일본이 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지만 중국이 들어오면 우리는 철수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삼성 내부에 강도 높은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이 복귀 이후 신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기존 주력 분야에 중국이 진출하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압박감이 작용하고 있다. 삼성의 생존이 걸려 있는 중국의 부상을 이 회장이 어떻게 돌파해낼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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