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해외 부실채권시장으로 가자

오늘날 세계 금융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로 경쟁력 있는 참여자만 생존하는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장으로 변했다. 우리나라도 IMF 위기 이후 수많은 부실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금융산업은 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놀랄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면서 대규모의 기업대출 수요가 감소하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의 국내 경영환경이 밝지만은 않다. 지금까지는 몸집을 키우고 안정을 다져왔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위기를 맞은 미국 금융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 부실채권을 보유한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이어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경험과 금융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도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지원방안 마련에 이어 올해 초 공공기관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해외사업에 대한 예산의 신축적 운영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해외투자 특히 부실채권 투자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린다. 이에 지난해 중국 부실채권 투자를 직접 담당했던 사람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성공적인 해외부실채권 시장진출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내시장에서 분야별로 특화하고 경쟁력을 키운 기관들은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투자 대상 국가를 다양화해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둘째, 분야별 경쟁력을 갖춘 기관들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기관 간 과당경쟁 및 중복비용 방지,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위해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정보 및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투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투자는 국내투자와 달리 수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하므로 국가별ㆍ자산별ㆍ투자건별 한도설정 등 철저한 위험관리 방안을 수립해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외 부실채권 시장에 진출하는지 여부가 향후 우리 금융산업 발전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세계적인 은행ㆍ 증권사ㆍ펀드로 우뚝 설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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