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 민간기업의 경제연구소가 미국과 일본, 유럽의 대표적인 최고경영자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21세기형 최고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추출한 적이 있다. 국제감각과 전문가적 지식, 창의적 사고 등 여러 덕목 가운데 스피드경영이 첫번째로 꼽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스피드경영이 최고경영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은 그만큼 오늘날 경영환경의 변화가 빠르고 그 깊이와 폭 또한 크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와 기동성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국GE사는 소기업적 스피드를 강조하는 자율적 관리를 경영특징으로 하고 있다. 공룡 같은 GE의 거대한 조직이 소기업과 같은 신속성과 유연성을 갖도록 하여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의 스피드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또 세계적 중전기 메이커로서 우리나라에도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국적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스위스의 ABB사는 종업원 21만명의 거대기업이지만 사실은 1천3백개의 단위기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소기업적 스피드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ABB의 바네빅 회장은 「납기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실패에 의한 손실보다 훨씬 크다」는 경영관을 갖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스피드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사결정을 신속히 하기 위해 중간계층을 슬림화하고 팀제를 도입한다든가, 현장의 문제를 현장에서 즉시 해결하는 현장순회 결재방식, 1분보고제, 모래시계 회의 등은 신속성 이외에도 각기 또다른 중요한 목적들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에서 볼 수 있는 스피드경영의 사례다.
대량생산, 대량판매로 특징지어지는 산업사회에서는 「규모(Scale)의 경제」가 주된 경쟁력강화의 요인이었다고 한다면 오늘의 정보화사회에서는 「속도(Speed)의 경제」가 핵심적인 경쟁논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에 있어 스피드경영의 핵심은 신속히 행동할 수 있는 조직시스템을 구축하고 남보다 한발 앞서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선수경영」의 개념이다. 생각은 신중하게 하되 일단 방향이 잡히면 빠르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남이 개척해놓은 시장에 뒷북치며 따라다니기만 해서는 이기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수요자의 니즈(Needs)를 이끌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체계와 스피드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립시켜야 한다. 효율적인 스피드 경영이야말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