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7개 업체는 SK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의 총수 부재(不在) 상황이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촉발한 '땅콩 리턴' 사건이 반기업 정서로 번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00위권 기업(금융사·공기업 제외) 77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우선 기업 총수 부재가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약 71.1%(54개사·1개사 미응답)가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중 '상당히 그렇다'가 13.2%, '그렇다'가 57.9%에 달했다. '보통이다'는 26.3%였고 '그렇지 않다'는 2.6%에 불과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한 곳도 없었다.
규모별로 보면 매출 10조원 이상 대기업 26개사 가운데 73%는 그룹 회장이 없으면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고 5조~10조원은 80%가 이런 답을 내놓았다. 반면 1조원 미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50%가량이 영향을 준다고 대답했다.
이번 설문 결과는 기업의 투자를 늘려 경기회복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룹 회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삼성과 초대형 빅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으며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은 재판 중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최 회장이)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특정 기업과 경영자의 범위를 넘어 반기업 정서로 확대되고 있다고 기업인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대상 77개 업체 중 약 72.8%(56개사)가 이번 사건이 반기업 정서를 더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기업 정서 확산 여부와 관련해 '상당히 그렇다'는 답변이 27.3%, '그렇다'가 45.5%였다. '보통이다'는 16.9%였고 '그렇지 않다'는 10.4% 수준이었다. 이번 질문에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