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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졸렬한 수에 당하다

제11보(158∼171)



씨에허는 냉정하고 침착했다. 흑59로 몰아 중앙 흑대마를 선수로 확실히 살아둔 후에 비로소 칼을 뽑았다. 18급 하수처럼 둔탁하게 찌른 흑61. 이 멍청해 보이는 수가 사실은 피니시블로였으니…. "씨에허가 정확히 다 보고 있었구먼."(서봉수) 어제 소개한 가상도를 다시 한번 제시한다. 흑61에 대하여 백이 참고도1의 백1에 받으면 흑2로 붙이는 통렬한 묘수가 있다는 사실. 백은 축도 장문도 구사할 수 없으니 백3 이하 9로 수습을 시도하는 도리밖에 없는데 흑10으로 기어나올 때 응수가 없다. 고심하던 이세돌은 백64로 몰아 수습의 단서를 찾았는데…. "이건 던질 자리를 찾은 수에 불과합니다. 이제 와서 흑이 두 점을 살릴 이유가 없지요."(윤현석) 흑65, 67이 정교한 수순이었다. 참고도2의 흑1로 받는 것은 백2 이하 6으로 수습하여 계가바둑이다. 씨에허는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딴딴한 수로 일관하고 있다. 둔탁하게 69로 찌르고 계속해서 71로 찌른다. 18급 하수 같은 이 수들이 상대의 심장을 후빈다. 예전에 하찬석9단이 '무딘 칼날의 명검'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 씨에허가 그렇게 가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로군 마왕 이세돌이 이런 땅강아지 같은 졸렬한 수에 속절없이 무너져야 하다니."(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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