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이례적으로 “환율 상승이 기업 경영에 위협이 된다”고 환율의 방향성을 언급했다. 국가 수반이 환율 수준에 대해 직설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자칫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제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 경제가 어려워 달러가치가 하락하는데도 우리는 달러(가치)가 상승하는 역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현상은 기업경영에 다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위협을 주는 요소가 되고, 특히 물가가 대폭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원화 약세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은 대통령은 물론 재무부 장관도 환율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발언만 할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점검회의 이후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환율 동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다만 지난 2003년께 우리나라는 환율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컸기 때문에 조정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명이 공개됐다면 이 정도의 발언도 하지 않는다는 게 외환시장의 룰이다. 미국 재무부는 6개월마다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는데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되면 무역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