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규제 풀어 사모펀드 대형화 유도해야

한국은행이 사모투자펀드(PEF)의 규제완화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PEF가 당초 도입목적과 달리 제 기능을 못해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점에서 한은의 지적은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PEF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의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유치해 기업의 주식 및 경영권을 인수, 경영성과 및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기업의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특히 외환위기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거 넘어가면서 나타난 국부유출 등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펀드 규모 등이 워낙 허약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금감위에 등록된 PEF는 지난해 말 현재 25개에 이른다. 제도시행 2년여간의 실적이니 수적으로는 그렇게 저조한 것은 아니지만 펀드 규모와 운용내용을 등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펀드 1개당 자금규모는 평균 2,300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규모로는 앞으로 시장에 나올 대형 매물의 인수는 엄두도 못 낸다. 하이닉스ㆍ우리은행ㆍ현대건설ㆍ대우조선해양 등의 인수가는 대부분 수조원 단위이며 하이닉스의 경우 11조원에 이른다. 결국 지금의 PEF로는 인수경쟁에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게 돼 있다. 펀드 운용이 당초 취지와 거리가 먼 것도 문제다. 국내 PEF가 투자한 기업은 현재 27개인데 구조조정에 참여한 경우는 거의 없다. PEF가 고만고만한 규모에 그치는 것은 규제 때문이다. PEF의 특성상 자금은 개인보다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력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제한돼 있다. 또 투자 대상, 출자지분, 지분 보유기간 등의 제한으로 투자기업 발굴 및 펀드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 한마디로 큰돈을 모으기도, 운용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PEF는 최근 들어 세계 금융시장과 M&A 시장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운용되는 PEF 규모는 1조2,000억달러로 추계될 정도다. 우리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자금 유치, 펀드 운용 등의 규제완화를 통한 PEF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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