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韓食 세계를 유혹하다] <중> '음식의 무형문화재' 식품명인제도

'명인→기능전수자→보조자' 전수교육체계 갖춘다<br>지위향상·후계양성 위해 무형문화재 대우로 격상 분양우선권·稅혜택 추진<br>5년마다 재평가 실시 사후 관리도 강화키로

김치 명인 유정임 풍미식품 대표가 손수 김치를 담그고 있다.

처음으로 어육장(魚肉醬) 명인에 지정된 권기옥 상촌식품 회장이 직원들에게 어육장 담그는 비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전통식품이 세계인의 사랑 받는 먹거리가 된 것은 식품명인의 공이 큽니다. 땀과 혼으로 만들어낸 한식이 대대로 전수돼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한식세계화에 대한 식품명인들의 기여에 상당한 고마움을 표시한다. 실제 한반도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던 우리 고유의 음식ㆍ문화가 일반인에게 알려지고 해외에 소개되는 것에 대한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전통식품을 살리는 것을 넘어 전세계인들에게 한식을 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는 식품명인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아직은 식품명인제도 자체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강순아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식품명인이 된 분들을 제도적으로 지켜주고 해당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명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자질과 함양을 고취시키는 등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겸비해야 한다"며 "전통성과 한식세계화의 연결고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품명인들 부가가치 창출에 앞장=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은 주말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빈다. 직접 한과를 만들어 보고 먹어볼 수 있는 이곳은 잊혀져 가는 우리의 전통과자인 한과를 알리기 위해 세계 최초로 한과를 테마로 세워졌다. 약과ㆍ유과 명인 김규흔 한가원 원장은 "우리의 전통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짓게 됐다"며 "어린 학생들의 견학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식품명인들은 우리 식품의 부가가치 창출과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김치ㆍ고추장 등 전통식품에서 안동소주ㆍ추성주 등의 전통주까지 34명의 식품명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정부는 식품의 제조ㆍ가공ㆍ조리 분야에 계속해 20년 이상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심의를 거쳐 식품명인으로 지정한다. 명인이 되면 '대한민국 식품명인'이라는 로고를 사용할 수 있고 국내외 홍보 행사를 일부 지원 받는다. 대신 매년 '명인 활동 보고서'를 제출해 국산 재료를 쓰는지 출처를 밝혀야 한다. 권기옥(78) 상촌식품 회장은 궁중에서 전수돼오는 어육장(魚肉醬) 제조기법을 3대에 걸쳐 계승ㆍ발전시켜 어육장(장류)분야 명인으로 지정됐다. 김순자 명인에 이어 2번째 김치명인으로 지정된 유정임(55) 풍미식품 대표는 23년 이상 전통김치 제조ㆍ가공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통김치에 소고기ㆍ사골 등을 소재로 활용한 고영양 김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번 명인은 영원한 명인?=식품명인제도는 지난 1994년부터 시행됐지만 최근 들어서야 하나 둘 자리를 잡아나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식품명인들은 공통적으로 명예로운 것 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 제도하에서는 명인이 사망한 뒤에야 명인 전수자가 명인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종의 종신제와 같아 후진 양성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고령으로 기능과 기량 실현이 불가능한 경우 명예전통식품명인으로 제정해 명맥을 유지하고 기능전수 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5년 간격으로 재평가 제도를 도입해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명인이 됐다고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중간에 재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명인은 "예를 들어 면세점이나 기내에 관련 식품들을 공급하게 되면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아직 이러한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명인 전수체계 갖춘다=정부는 식품명인의 지위향상과 보호를 위해 시도 무형문화재에 준하는 대우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존, 사회 활동도 등 지적소유권 지원뿐 아니라 교육ㆍ의료ㆍ교통ㆍ문화 이용 및 주택우선 분양, 세제 및 금융지원과 같은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명인-기능전수자-기능전수보조자로 이어지는 전수교육체계를 갖추고 교육에 대해서는 지도권을 식품명인협회에 위임해 관리할 방침이다. 특히 선진국의 제조ㆍ가공ㆍ조리 분야 명인 및 업체 방문 등의 해외연수 등을 통한 벤치마킹 활동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농식품부는 또 기능이력 및 전승실태 기록 출판, 기록보존영화ㆍ전수교육교재 제작, 사이버공간 등으로 명인과 명인제품 소개의 디지털화 등 명인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명인의 전수교육과 활동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수관 및 식품명인진흥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추성주 명인 양대수 한국식품명인협회 회장은 "일정 부분의 전수비용을 지원하고 테마코스 홍보관을 건립해주는 등 전수시스템을 마련한다면 후계자 양성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獨·日, 기능장려제로 사회·직업적 위상 높여

■ 해외에서는… 독일ㆍ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식품명인제도와 유사한 기능장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명인과 그들이 제조한 제품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해당 기술을 전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독일 마이스터 제도는 기술전문성 중심의 객관적 평가에 따른 공정성이 높고 이론과 현장직무 중심의 교육체계다. 이는 다수 전문기능인 배출 시스템으로 이어져 사회적 인지도 상승에 따른 직업 안정성이 높아진다. 일본의 기능장려제도는 직종별 기능중심으로 세분화돼 있고 기술능력평가에 따른 기능인의 기술인지도 상승효과가 크다. 독일 기능장려제도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수공업마이스터 훈련제도다. 독일 정부는 마이스터 장려법으로 마이스터 코스나 이에 준하는 전문직업교육을 받는 사람에 대해 개인의 가정ㆍ경제 상황에 따라 보조금과 융자금을 차등지원하고 창업이나 고용창출 등의 실적이 있을 경우 융자금 일부를 면제하는 형식으로 동기부여를 한다. 다만 마이스터 자격증이 주어진 후에는 국가로부터 특별한 권한부여나 우대사항이 별로 없다는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오직 자부심과 명예만이 주어지는 것이다. 식품분야에서는 제과ㆍ제빵ㆍ육가공 등 수가공업의 핵심적인 식품 분야에 대해서만 마이스터 고용 의무화를 해 거의 모든 식품에 명인을 지정하는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 2008년 현재 독일에서는 빵 분야 1만4,397명, 맥주 분야 181명, 육가공 분야 6,885명, 제과 분야 4,928명, 곡류 분야 97명 등이 직업 훈련을 받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는 자격의 현장성과 활용성이 높아 국내 식품명인제도 활성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엄격하고 투명한 마이스터 자격시험을 합격한 우수 기능인에게만 인증을 하는 시스템을 갖춰 사회적으로 숙련된 기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일본은 공업제품의 설계ㆍ제조ㆍ수리 등과 관련된 기술 중 범용성이 있으며 제조업 발전에 기여한 종목을 제조기반 기술진흥기본법으로 지원한다. 식품과 관련해서는 발효 관련 기술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일본은 기능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탁월한 기능 표창제도, 고도숙련자 인정제도 외에 지방ㆍ전통산업 후계자 육성사업 등도 다각도로 시행하고 있다. 정철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식품명인 제도는 전통문화 보전 및 계승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제도이나 사회적ㆍ직업적 위상이 불안하고 경력 및 정통성 위주의 선발에 따른 전문성 보완 및 주관적 판단에 따른 공정성 확보 등이 고려돼야 한다"며 "유사한 외국의 제도들이 향후 식품명인제도 운영ㆍ보호ㆍ육성 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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