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주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시점에서 스티븐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병가를 내자 전세계 ITㆍ투자업계와 언론이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2004년과 2009년에도 각각 췌장암 수술과 간 이식 수술을 위해 회사를 비운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잡스 CEO가 증상이나 복귀 시기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아 애플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잡스 CEO의 병가 소식에 독일 증시에서 애플의 주가가 8%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앞서가는 애플을 뒤에서 추격해온 삼성전자ㆍ모토로라ㆍ리서치인모션(RIM) 등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잡스 CEO의 부재로 예상하지 못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잡스 CEO는 17일(현지시간) 아침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사회에서 병가를 허가했다. 건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건상 상황과 병가 기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대신 "가족들이 사생활 존중에 대해 감사해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가 병가를 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2004년 췌장암 수술과 2009년 상반기 간 이식 수술을 위해 각각 병가를 냈었다. 하지만 이번 병가는 이전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관련 업계에 팽배하다. 특히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04년에는 편지를 통해 "9월에 만나길 기대한다", 2009년에는 "예상보다 건강상태가 다소 복잡하다. 6월 말까지 병가를 내겠다"고 명시했으나 이번에는 복귀에 대해 아무런 기약을 하지 않았다. "나는 애플을 정말 사랑한다. 가능한 빨리 돌아올 수 있길 희망한다"는 다소 감상적인 글을 남겼을 뿐이다. 이번 편지에 대해 브라이언 마셜 글리처앤드코 애널리스트는 "덜 낙관적이다"며 "애플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 경영진이 잡스 CEO가 빠진 애플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전 병가 때와 마찬가지로 티머시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잡스 CEO를 대신해 무난한 경영을 펼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지만 잡스 CEO의 부재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쿡 COO가 경영 능력은 갖고 있지만 잡스 CEO처럼 마케팅에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전영역에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잡스 CEO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애플에는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와 독보적인 디자인, 전문가들로부터 호평 받는 기술력이 있다"면서도 "아직 쿡 COO가 잡스 CEO의 스타 파워를 대체할 수 는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ㆍ모토로라ㆍRIM 등 경쟁사들이 애플을 추격할 발판을 다져놓은 상황에서 잡스 CEO가 회사를 비웠다는 점도 애플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타게 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태블릿PC '줌'은 최근 열린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호평을 받았고 삼성전자는 올 1ㆍ4분기에만 갤럭시탭을 100만대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휴대폰 시장에서는 몇 달 전부터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밀어내며 득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