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주체 적극 매매 자제 ‘프로그램 장세 이어질듯’

주식시장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지만 주요 투자 주체들이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어 반등지속 여부를 낙관하기 어려운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3일 지난 주말보다 14.61포인트 오른 590.04포인트로 마감해 닷새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적으로 프로그램 매수세에 의존했다. 이날 주요 매수주체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프로그램 순매수만 1,000여억원 넘게 유입됐다. 단순한 기계적 매매에 의해 시장이 움직인 만큼 반등의 신뢰도가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어 투자주체들이 매수비중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와도 장세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곧바로 매물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는 특히 선물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유입돼 단기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이라크 전쟁 여부가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다음주 13일이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 만기일)여서 시장의 변동폭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그램 매수 외에 매수세력 실종=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에서 824억원, 비차익거래에서 189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며 전체적으로 1,01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 매수세는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4,685계약을 사들이며 장중 선물의 저평가 현상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들은 터키 의회의 미군 주둔안 부결 등에 힘입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 당위성이 약화되며 나스닥 선물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자 선물시장에서 매수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프로그램 매수세를 제외하고 주식을 매수한 주체들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이날 외국인은 장 막판 69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규모가 여전히 크지 않고 개인은 그 동안의 매수세를 접고 654억원을 내다팔았다. 비록 기관이 하나은행의 시간외매매 때문에 2,69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장중 순매수 규모는 600억원대에 불과, 프로그램 매수세 1,014억원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기관도 매도우위를 기록한 셈이다. 전상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라크 문제 등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살 세력은 없는 상태”라며 “투자주체들의 관망 속에 프로그램 매수세가 반등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반등 지속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매수 긍정적 영향 크지 않아=비록 이날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규모로 들어왔지만 프로그램 매매가 앞으로의 장세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날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세의 경우 선물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들어온 물량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물이 현물보다 고평가됐을 때 들어온 프로그램 매수세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비싼 선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싼 현물을 사는 차익거래를 노린 매수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과 같이 베이시스가 마이너스인 선물 저평가 상태에서 들어온 프로그램 매수세는 투기적이고 단기적인 성격이 강해 오히려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동필 동원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나타나더라도 유입되는 시점의 베이시스에 따라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며 “선물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들어온 프로그램 매수세는 곧바로 매물로 나올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음주 만기를 앞두고 베이시스가 0에 수렴하며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적극적인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 힘든 요인이다. ◇만기 앞둔 다음 주 변동성 커질 듯=이날 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당분간 570~610선 사이의 좁은 박스권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참여자들 간에 이라크 전쟁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일단 기다려보자는 관망심리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또 이번 주 말이나 다음주 초반 이라크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고 오는 13일 선물ㆍ옵션 동시만기가 예정돼 있어 시장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현금비중을 늘리며 보수적인 접근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이끈 반등세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최근 지속되고 있는 주초 강세, 주말 약세 현상을 이용한 단기매매 전략을 고려해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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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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