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3일] 비인기 장르에도 기업지원 손길을

"대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은 대부분 미술품 구입이나 고객 마케팅을 위한 문화 센터 지원에 그칩니다. 특히 미술품은 기업 총수나 오너 일가의 취향과 선호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에 비해 연극ㆍ국악ㆍ전통예술 분야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이 비인기 장르의 현실을 더욱 척박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최근 취재차 만난 한 극단 연출가의 하소연이다. 최근 10년 이상 연극계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으며 국악을 비롯한 전통 예술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대중의 관심권 밖에 놓여 있다. 22일 발표된 '2009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갈 길은 바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지난 2008년에 비해 5% 감소했으며 지원 기업 수도 같은 기간 10.4% 줄었다. 특히 분야별 지원 금액을 살펴보면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의 혜택을 받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의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술품 구입이나 전시 분야는 전년보다 70억원 가까이 늘었고 공연장ㆍ미술관ㆍ박물관 등 문화예술 관련 인프라 확충에는 327억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연극ㆍ문학에는 지난 한해 각각 28억원, 32억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국악은 9억원, 전통예술은 11억원을 지원받아 비인기 장르의 비애를 실감하게 했다. 얼마 전 만난 어느 국악뮤지컬극단 관계자는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후 단원 1인당 약 8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됐다"며 "월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단원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했는데 80만원이 들어오게 돼 이제야 마음 놓고 공연 연습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영주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은 "비인기 장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높이는 한편 수도권과 지방의 편차를 줄이는 데 활동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말대로 이제라도 기업들이 비인기 장르에 관심을 갖고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 80만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공연 연습에 몰두하는 이 땅의 가난한 예술가들도 계속 꿈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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