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법인을 설립하려면 미국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서류가 필요하고 비용도 2배 가까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인설립 절차 개혁방안’ 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최저자본금제 폐지에 맞춰 기업을 손쉽게 설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작성됐다. 정부는 이달 중 연구 결과를 토대로 법인설립 절차 간소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연구원의 양현봉 박사는 “포괄적으로 연구해 이번 내용을 뛰어넘는 방안을 만들기 어렵고 관계부처도 내용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어 정부 대책과 상당 부분이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하고 돈 많이 드는 법인 설립=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려면 발기인 구성부터 상호 중복 여부 검색, 공증, 채권매입, 등기신청, 설립신고까지 무려 16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13단계에 그칠 뿐 아니라 법인격을 취득한 6단계 이후는 60일 이내에 보고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기설립 방식으로 주식회사를 출범시키려면 정관, 이사회 의사록,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등 33종류, 48개의 서류가 필요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신청서와 정관, 등록 수수료 등 5∼7개 정도만 있으면 된다. 미국보다 필요한 서류가 10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일본도 정관, 잔고 증명서 등 22개의 서류만 있으면 법인 설립이 가능했다. 양 박사는 “법인 설립시 구비서류가 많이 요구되는 것은 상법 외의 다른 특별법에서 요구하는 절차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설립 비용도 한국이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1.8배가량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 자본금 5,000만원인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서류 공증 10만원, 등록세 24만원, 법무사 대행수수료 53만원 등 99만5,000원이 필요했으나 미국은 56만5,000원(온라인 이용시), 캐나다는 57만4,000원 정도 드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일본은 314만4,000원으로 한국의 3배 이상 됐다. ◇법인 만드는 길 곳곳에 지뢰밭=산업연구원은 또 창업기업이 상호 선정이나 법인설립 서류 작성 등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창업시 상호가 같거나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기신청 때 상호를 변경해야 했던 기업이 전체 조사 대상(111곳)의 3분의1에 달했다. 77.8%는 유사상호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인설립 서류의 표준화 및 견본 등이 제시되지 않아 창업자가 등기서류 작성에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법무사에게 모든 절차를 의뢰, 등기절차를 수행하는 경우가 90.1%를 차지했다. 아울러 정관, 창립총회 의사록, 이사회 의사록을 공증하는 절차도 창업자를 번거롭게 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주금납입보관증명서 제도에 실효성이 없고 등록세 고지서 발급 및 법인설립 신고 등이 일괄 처리되지 못하는 것도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양 박사는 “유사상호 규제 폐지, 정관ㆍ의사록 공증 폐지, 법인 등기시 채권구입 면제, 등기서류 표준화 등 법인 설립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