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 끈기 부족 안타까워" <br>"조화 이룰때 시너지효과 발휘"
| 손병두 서강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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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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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과 나이듦을 물리적으로 제단하기는 힘들다. 숫자만의 놀음일 수 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생각의 고루함과 신선함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영화 ‘올드보이’에 설정된 갇힌 방 이상으로 서로사이에 두터운 벽을 둔 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 사이에는 엄연한 간극이 있고, 또 다른 형태의 사회 갈등으로 남아 있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그들 사이의 터울을 좁히려 해 보았다. ‘올드 앤 뉴(old&new)’, 즉 ‘신구 대화’ 형식의 대담을 통해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너울과 사회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속내를 들어 보려 한 것이다.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한명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과 어느 누구보다 젊은 세대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젊은 학자인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간의 대담으로 꾸몄다. 두 사람은 때로는 서로의 세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조화의 미덕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세대간의 화해,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해답을 제시해 냈다.』
◇ 손병두 서강대 총장
"이데올로기 편향 ·폭력적 행동 실망, 할말 하는' 젊은이들 보면 가끔 당황"
◇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기회의 평등 아닌 결과의 평등은 곤란, 사회가 육아 문제에 관심 더 높여야"
▦손 총장=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이야기를 해 보자는 의도인 것 같은데 솔직히 기성세대라는 표현은 좀 거북해요. 새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에는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죠. 나이는 물리적 숫자에 불과합니다. 젊은 사람도 편협적일 수 있고, 나이 먹은 사람도 개방적이고 진취적일 수 있잖아요.
▦나 교수= 저도 구세대ㆍ신세대로 구분하는 게 의사소통을 단절한다고 봐요. 나이나 세대로 묶어서 구분 짓는 것을 하나의 신화로 만드는 것 같거든요. 과거에 집착하면 구세대고 미래를 바라보고 살면 신세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찌 됐든 젊은 세대를 보면 어떠세요. 아쉬움이라든가,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손 총장= 윗세대야 항상 젊은이들을 걱정하는 것 아니겠어요. 과거 이집트에서 발견된 로제타 석에도 젊은이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젊은이 입장에서 보면 나이 많은 사람들은 항상 고리타분하고 융통성 없는 세대로 인식되겠죠.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의 지혜, 경험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와인도 보졸레누보의 맛이 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숙성된 포도주는 또 다른 맛을 내죠.
▦나 교수= 기성세대의 혜안과 젊음의 민첩함이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올드 쪽에 기울었나요…(웃음). 교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총장님께 인사하는 모습이 부러워요. 요즘 대학에서 흔한 모습은 아니거든요.
▦손 총장= 취임 후 학생들이 인사를 잘 하지 않는 게 아쉽더군요. 인사하기 운동을 펼쳤죠. 지금은 학교 어디서든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어른들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나 교수= 한국사회는 과거에 비해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을 했습니다. 선배들의 희생과 시대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 권위에 대한 부정이 평등, 민주화로 인정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구요.
▦손 총장= 일부 젊은이들을 보면 하나의 이념에 매몰 돼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세계를 느껴보고,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데.
구세대보다 더 고루하고, 편협 돼 있다는 것도 느껴요. 행동도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일 때도 있고.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걱정됩니다.
▦나 교수= 젊은 사람들이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것이 이데올로기에.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연습이 없다는 것이죠. 창의성을 찾을 기회를 경험하거나 학습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죠.
▦손 총장= 젊은이들이 상당히 이기적인 측면도 많습니다. 남을 배려하거나 더불어 사는 게 부족해요.
▦나 교수= 그래도 요즘 젊은이들은 봉사활동 같은 것도 많이 합니다. 이기적인 측면과 남을 위하는 모습이 공존하죠. 자기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고요 .
▦손 총장= 봉사활동이 느는 것은 풍요롭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여하간 요즘 보면 소비의 권력이 구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많이 이동해 있어요.
▦나 교수= 사회의 변화도 상당히 빠릅니다. 일에 대한 문화도 바뀌고 있어요. 어떠세요. 요즘 젊은이들 일하는 문화를 보면 옛날하고 많이 다르죠.
▦손 총장= 며칠 전 농장에 초대 받아 갔어요. 어미 닭은 병아리를 부화시키기 위해 10여 개 계란을 품는 다더군요.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요. 농장주인이 이야기 가 과거 어미 닭은 최대한 많이 그리고 끝까지 계란을 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어미 닭은 4~5마리 부화되면 나와 버린데요. 요즘 젊은 세대 닮은 것 같다는 농담을 하더군요.
▦나 교수= 과거는 직장의 삶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직장과 가정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경영에서도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직원 가족의 삶의 질이죠. 평생직장 개념도 희박해졌습니다. 퇴직시기가 빨라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젊은 이들은 직장을 평생직장이라기보다 적합한 직장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봅니다.
▦손 총장= 농업 중심 사회가 제조업, IT로 바뀌면서 변화를 이끈 것 같아요. 직장문화도 바뀌었어요. 과거 저녁 하자고 하면 못 끼어 안달이었는데 요즘은 스스럼 없이 약속 있다고 안갑니다. 긍정적인면도 있지만 일에 대한 접근방식은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디다. 끈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나 교수= 가치관의 변화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봅니다. 학교에서도 이젠 개근상이 없어졌어요. 과거에는 개근상 타는 게 우등상 타는 것보다 가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시 여겼던 상이었는데 최근엔 없어졌더라구요.
▦손 총장= 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그래서일까요. 또 산업구조, 일의 문화의 변화 등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과거에는 결혼이 구직과도 같았죠.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다르죠. 하지만 이런 변화가 애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불만입니다. 결혼기피도 문제예요.
▦나 교수= 20개월 된 아이가 있고 지금은 임신 6개월인데요. 육아문제 정말 심각해요. 과거에는 가족이라는 틀에서 육아문제가 해소됐지만 가족 모습이 바뀌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요. 그러나 아직까지 육아는 여성이 전담해야 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요. 애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어요. 육아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키워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수요자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손 총장= 대가족시대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정 교사였습니다. 윤리도덕, 가훈, 규범 등을 가르치고 가치관도 심어주고 대화를 할 기회도 많았죠. 그러나 요즘은 부부가 모두 나와 생활하다 보니 애들이 와도 시간이 없어요. 부모로부터의 가치관 교육이라든가 가정의 중요성 등을 느낄 수 없는 세대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나 교수= 육아기간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저녁이나 주말에 아기 때문에 못 나가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당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지요. 남자의 경우 특히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지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손 총장=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데 왜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지 밀도 있게 봐야 합니다. 공교육이 제대로 안되니까 그렇죠. 차별성이 없으니깐 사교육에 무게를 두는 거죠. 공립과 사립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평준화에 집착하다 보니 잃은 것도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나 교수= 공교육도 학생 만족도를 키우는 방식이. 미국은 커리큘럼도 학교는 물론 부모님들이 함께 결정하는 등 대화의 창이 열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장이 없어요.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춰야 비대하게 커진 사교육도 줄일 수 있습니다.
▦손 총장= 대학도 문제예요. 초ㆍ중ㆍ고교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대학에 맡기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원료가 좋아야 제품이 좋다’는 게 진리 아니겠어요. 대학도 특성화 되도록 해야 해요. 자율성이 전제돼야 . 교육에 규제가 있으면 창의성 없게 되고 획일화 됩니다.
▦나 교수= 다양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기학과에만 몰리는 현상도 심각하구요. 외국은 비인기 학과에 대한 중요성을 키워주고. 학문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거지요.
▦손 총장= 유학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필요해요. 과거는 닫힌 사회였고 일류대학만 가도 통했던 시대였습니다. 지금은 아니죠. 세계적인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조기유학을 적극 권하고 싶어요.
▦나 교수= 국내 대학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가진 곳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지요. 학생들이 경험할 기회를 최대한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어린 학생들을 내 보내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손 총장= 교육 경쟁력을 갖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요. 일관성이 있어야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유화, 규제완화가 자리를 잡아야합니다.좌회전신호등을 켜고 우회전 하는 꼴은 아닌가요. 내가 보기엔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를 가지고 그 사회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만 하면 되요.
▦나 교수= 공감합니다. 규제가 지나칠 경우 부작용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거든요. 자율성을 갖도록 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손 총장=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도 필요합니다.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려면 시장경제에 걸 맞는 법과 관행 등이 갖춰져야. 평등주의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달성하기 어려워요. 반재벌ㆍ반기업ㆍ반시장 주의, 부자에 대한 질시 등이 있다는 것도 문제구요. 포퓰리즘도 극복해야 겠지요. 법치주의도 제대로 되야 합니다.
▦나 교수= 3만 달러를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회의 평등은 중요한데 결과의 평등까지 생각하는 것은 문제이지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나타난 결과라고 봅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담보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가들도 시민의식을 가질 때 신뢰도 담보되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손 총장= 실업문제도 한쪽으로만 접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규직이 너무 경직화 돼 있어요. 결국 비정규직을 사용하지요. 비정규직은 노동의 유연성이 있습니다. 시장가격에 맞춰 급여를 정할 수도 있어요. 청년실업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도 이때문이죠. 전투적인 노동운동도 투자 축소를 유도합니다.
▦나 교수= 학생들이 대학을 즐길 여유도 없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워요. 중소기업 같은 곳은 인력난이 심각한데도 청년실업이 발생하고 있지요. 학생들이 좋은 직장, 안정성만 추구하는 것 아닌지…. 50대 실업도 심각합니다. 고령자에 대한 취업도 직업적 제한이 강합니다. 은퇴 후에도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하구요.
▦손 총장= 고령화 문제도 교육으로 풀어야 해요. 그래서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죠. 수명이 길어지면서 성인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구요. 나이들어 주유소에서 일하더라도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사회 전반이 ‘학습조직(러닝소사이어티)’이 돼야 합니다. 정치도 질도 그래야 좋아집니다.
● 손병두 총장은
이력만 76개… 'CEO형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65). 그에게는 무려 76개에 이르는 이력이 따라 다닌다.
기업과 정부, 각종 학회에 이르기까지 넘나들지 않은 곳이 없다. 한국사람 중 그 만한 이력을 가진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는 그는 항상 겸손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의 마스코트는 거북이. “거만해지지 않았나”라는 마음을 항상 되새기는 것이란다. 그는 인터뷰 동안에도 전화기 옆에 놓인 검은 돌로 만든 거북이상(像)을 곧잘 어루만졌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지만 그는 인생의 쓰라림도 적지 않게 겪었다. 가톨릭의대를 지원했지만 학비를 못내 이듬해 학비가 싼 서울대 상경대로 진로를 바꿨고, 대학졸업 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임원까지 고속 승진했지만 퇴직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유학을 떠났다. 거북이를 소중하게 여긴데도 이런 골 깊은 인생의 경험들이 자리하고 있다.
손 총장은 경제인들에게 환란 직후 휘몰아쳤던‘빅딜’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정부 시책에 따른 것이었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 몸담으면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깐깐한 총수들과 콧대 높은 관료들사이에서 훌륭한 조율자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명동성당을 찾아 남몰래 기도를 한다. 그만큼 그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다. 명함에도 요한 돈보스코라는 이름이 본명과 함께 나란히 씌워져 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이 이끄는 서강대의 미래를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니는 ‘총장이자 비즈니스맨’이다. 그의 명함에도 “귀하를 서강대 후원회원으로 모시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2010년까지 1,200억원을 모금한다는 손 총장의 꿈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 나종연 교수는
美서 논문상 휩쓴 '신세대 학자'
나종연(33) 교수는 지난 2004년 서울대 소비자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풋내기 학자다. 하지만 그는 현 시대의 떠오르는 재원으로 멀지 않은 시간에 두각을 나타낼 ‘미래의 촉망 받는 교수’가운데 한명이다.
그의 이력은 젊은 나이에 맞지 않게 화려하다. 지난 96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를 수석 졸업했고,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소비자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 미국 델라웨어 대학에서 소비자학과 조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소비자학과 조교수로 교편을 잡은 것은 지난 2004년.
수상 경력도 제법 화려하다. 미국 소비자학회에서 주는 최우수박사학위 논문상과 학회가 주관하는 정기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서울대 시절 함께 연구실에서 일했던 민현선 재정경제부 소비자정책과장은 “천사표라기보다는
모범생이고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때문인지 조금은 보수적이고, 예의를 많이 따진다. 처음 마주하는 총장에게 꽃을 선물할 줄 아는 여유로움도 그의 성격에서 묻어난 것일께다. 세대갈등 문제를 다룬다면 본인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표현을 스스로 꺼낸 것도 그의 성격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세대 갈등 등에 대해 무척이나 열정적이고 깊은 문제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소비자 주권 문제를 기사에서 빼놓지 말아 달라고 거듭 강조하는 모습에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 대담 뒷얘기
'열린 대화' 3시간…세대차 뛰어 넘어
예순을 훌쩍 넘긴 대학 총장과 서른을 조금 넘는 풋내기 교수와의 만남. 초스피드와 디지털의 물결로 넘치는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둘의 만남, 그것도 대담을 위한 마주섬은 어쩌면 첫 구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이 지긋한 총장에게는 풋내기 교수의 입모양새가 깐죽거리는 것 쯤으로 비춰질 수 있었을 법하다. 반대로 어린 교수가 대학 총장을 상대로 세상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 할 때 너무나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게 우리네 풍토다.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라고 하면 비약일까. 대담에 동석한 사람들은 두 사람이 연출하는 ‘기묘한 어울림’이 놀라웠다.
세대간의 터울을 풀어준 것은 뜻밖에도 젊은 나종연 교수였다. 나 교수는 약속시간에 맞춰 한아름의 꽃을 들고 왔다. 나이든 총장에 대한 선물이었다. 보라색 빛깔로 휘감긴 꽃다발은 그들의 옷차림과도 어울림을 만들어 냈다.
진곤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를 찬 총장과 검은 바탕에 보라색 물방울 무늬의 원피스를 입은 두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은 보라색의 꽃은 세대간의 터울을 어느 사이 녹아 들게 만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크지는 않지만 어느 터울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간극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진보나 민족주의 쪽에 집착하는 것을 볼 때는 아쉬움이 커요. 세계를 느껴보고,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없는 것 같습니다”는 나이든 총장의 말이 나올 때, 젊은 교수의 얼굴에서는 어색한 미소와 당혹스러움이 스쳐갔다.
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이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과거 개인의 희생을 사회가 강조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희생이 전제가 되서 시스템이 돌아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쪽을 치우쳤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치우치면서 중심을 잡아가는 것 아닐까요.”
계속되는 조화와 대립의 순간들. 두 사람의 대화는 출산과 교육, 집값, 심지어 딱딱한 경제 정책과 시장 경제에 대한 토론에 이르기까지 내내 이어졌다. 물론 야릇한 긴장감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담은 약속된 시간을 한 시간이나 훌쩍 넘기면서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그러나 그들은 세대간의 화합이 어떻게 이뤄지고 만들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존경’이었다.
토론에 이어진 야외 사진 촬영장. 두 사람은 그곳에서 세대간의 화합에 대한 의미와 방식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서강대 총장 건물 뒷편의 이냐시오(예수회 창설자) 동상 앞에 만들어진 잔디밭을 걸으면서 손 총장은 학생들과 내내 인사를 나눴다.
“학생들이 총장께도 스스럼이 인사하는 것을 보니 참 부럽네요. 요즘 대학에서 흔한 모습은 아닌데요”라고 나 교수가 말을 건내자 손 총장이 자랑스러운듯 말을 받는다. “우리 때는 교수님이 어려워서 접근하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조심스럽게 인사를 꼭 하곤 했어요. 헌데 캠퍼스로 돌아와 보니 총장을 봐도,교수를 봐도 인사를 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아쉬웠어요. 학교내 인사하기 운동을 했죠. 어른들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어요.”
대화와 인사의 미학. 3시간의 대담은 한국 사회의 대화의 통로는 아직 살아 있었고, 세대의 끈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을 수 있는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마음을 여는지에 달려 있음을 확인해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