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뮤추얼펀드 환상 빠지면 위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이재웅 교수최근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뮤추얼펀드가 주식시장의 호황을 뒤받침했던 것 같다. 한투·대투 등 기존의 대형 투자신탁회사에 비하면 뮤추얼펀드는 자본규모가 작다. 그러나 유능한 펀드매니저를 스카웃하고 민첩하게 자금을 운용해서 높은 수익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이런 소문 때문인지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뮤추얼펀드에 돈을 맡겨서 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뮤추얼펀드는 무엇인가. 투자신탁이란 원래 다수의 투자자들이 소규모 자금을 모아 만든 펀드의 자금을 전문투자자에게 위탁운용하게 하는 자본투자상품이다. 투자결과는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에 비례해서 배당한다. 펀드의 설립방법은 크게 계약형과 회사형으로 분류되는데 기존의 투자신탁은 전자에 속하고 최근에 도입된 뮤추얼펀드는 후자에 속한다. 계약형 투신은 위탁자(투자신탁회사), 수탁자(수탁은행) 및 수익자(수익증권 투자자)등 세 당사자간의 신탁계약에 의하여 설립·운영된다. 뮤츄얼펀드는 증권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투자자가 주주라는 점이 기존 투신과 다르다. 미국 투자신탁의 보편적 형태인 뮤추얼펀드는 개방형으로 투자자가 언제나 환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뮤추얼펀드는 중도환매가 되지 않는 폐쇄형이다. 뮤추얼펀드나 계약형 투신이나 모두 감독당국에서 정하는 투자제한이나 투자대상 등에 대한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렇다면 펀드의 설립형태나 투자자의 지위가 다르기 때문에 뮤추얼펀드가 기존의 투신보다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우월한 투자신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형과 회사형이 본질적으로 어느 것이 반드시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보험회사·신용협동조합·은행 등 여러가지 금융기관들 중에는 설립형태가 계약형인 것도 있고 회사형인 것도 있다. 이러한 형태상의 차이가 수익률이나 금융기관의 우열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설립형태나 투자자의 지위는 사회의 역사적, 제도적 환경에서 기인한다. 외국의 경우에도 영국·독일·일본 등은 계약형이 압도적이지만 미국에서는 뮤추얼펀드가,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양자가 공존한다. 뮤추얼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다는 막연한 기대는 별로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려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 첫째 자신의 자금사정이나 투자성향을 고려하여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판매되고 있는 뮤추얼펀드는 모두 1년간 환매되지 않기 때문에 1년 이상 투자를 할 수 없는 경우 불리하다. 물론 이것이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면 환금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외국에서도 대부분의 뮤추얼펀드가 순자산가치에서 할인되어 거래되기 때문에 펀드의 가치를 제대로 회수하기 어렵다. 특히 장밋빛 증시전망에 현혹되어 무분별하게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불과 4년전 증시가 1,000포인트 수준에 이르렀을 때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주식형 펀드에 뛰어들었다가 이후 계속된 증시침체로 장기간 큰 손해를 본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 투자신탁이란 전문투자기관이 투자를 대행하지만 그 결과 발생하는 손실이나 이익은 전적으로 투자자 자신의 몫이다. 둘째 합리적인 수익률 목표를 상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한 수익률을 목표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예컨대 현재의 상황에서 합리적인 수익률이란 1년 기준으로 채권수익률이 9% 수준이라고 할 때 주식투자의 위험프리미엄(RISK PREMIUM)을 감안하더라도 주식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익률은 12% 정도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종합주가지수 대비 3% 내외의 초과수익률을 성과측정기준(BENCHMARK)으로 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증시가 예상밖으로 침체되어 주가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주가지수 하락률보다 3%이상 펀드의 수익률이 유리하다면 그 펀드의 운용은 매우 훌륭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단기고수익에 집착할 경우 투자위험이 증가하며 원금의 상당부분을 일시에 잃을 수도 있다. 주가의 등락이 심한 요즈음의 증시여건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투자판단은 더욱 중요한 사항이 된다. 뮤추얼펀드의 역사가 오랜 미국에서도 주가지수의 상승률을 상회하는 펀드의 수익률을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 경험적으로 보면 인덱스형 펀드가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실현하며 인기도 높다. 끝으로 증권투자에 있어서 일시적인 인기나 유행을 지나치게 따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뮤추얼펀드도 마찬가지이지만 요즈음 실명제펀드라 하여 펀드매니저의 실명을 거론하는 펀드가 유행한다. 유능한 펀드매니저라 할지라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실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세상에 남들이 모르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이 장기간 존재하거나 자신만의 유리한 투자기회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주식시장은 더욱 그렇다. 뮤추얼펀드 또한 계약형과 마찬가지로 간접투자수단의 하나일 뿐 기존의 투신과 다른 별개의 투자상품으로서 월등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기대는 지나친 환상이다. 신중한 투자판단으로 장기투자에 임하는 것이 과거와 같은 쓰라린 투자실패를 피하는 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