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유지담 KCL 대표변호사

"시간이 지나면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죠"<br>자기반성적 퇴임사 시비… 해명안해도 내마음 알게될것<br>변호사는 서비스정신이 중요… '고객이 찾아주는 로펌' 지향



“그 얘기는 좀…” 유지담 케이씨엘(KCL) 대표변호사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하나 있다. 지난 2005년 10월, 35년간의 법원생활을 마치면서 남긴 퇴임사와 관련된 일이다. 당시 그는 퇴임사에 자기 반성의 글을 실었다. “법원을 떠나면서 제가 무엇보다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권력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목을 놓고 공감한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지만, 대법관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반응도 적지않아 마음 고생을 좀 했다. 유 대표가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 좀 시끄럽지 않았냐”고 짖궂게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저는 ‘오래 가면 알게 된다’는 생각으로 산다. 나를 오해했던 사람도 지나고 나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은 갈수록 더 좋아하고…” 였다. 이 뿐이었다. 더 이상의 부연도 없었다. 당시 상황을 해명하지도, 오해를 풀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흠이 있게 마련”= 그러면서 유 대표는 “서리를 해 봤냐”고 되물어 왔다. 그는 어려서 참외서리, 콩서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경기도 평택이 고향인데, 당시만 해도 서리가 지금처럼 ‘불법’은 아닐 정도로 농촌 인심이 살아있을 때다. 그러던 어느날 참외서리를 하다가 주인한테 발각돼 혼날 상황에 처했다. 참외주인은 “참외를 따 먹으려면 먹을 만큼만, 익은 것만 따 먹어야지 안 익은 것도 모조리 따면 어떻게 하냐”며 회초리를 들었다. 서리하는 것은 좋은데 왜 익지도 않는 참외를 따고 밭을 망쳐 놓느냐는 게 주인이 진짜 화가 난 이유였다. 친구 너댓명이 모두 회초리를 맞았고, 유 대표 차례가 왔다. 그때였다. 친구 한명이 “지담이는 익은 거만 따 먹자고 우리한테 얘기했는데, 우리가 듣질 않았다”며 거들었다. 주인은 유 대표를 유심히 쳐다 보더니, 다른 친구들처럼 매를 열대 때리는 게 아니라 한대만 때리고 회초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지담이를 닮아라, 이놈들아”라고 껄껄 웃으며 잘익은 참외 하나씩을 손에 쥐어 주었다. 유 대표는 “당돌하게도 어릴 때 서리를 하더라도 밭을 버리지 말고, 익은 것만 따다 먹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참외사건 이후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기본은 지키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 졌다”고 말했다. “평생을 법관으로 보내면서, 흠없이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하지만 난 사실 완벽하게 흠없이 살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얘기지만, 당시 친구들이 사 주는 술도 가끔 얻어먹곤 했다. 명절 때 양복 한 벌을 얻어 입은 적도 있다. 과거의 흠을 정당화하려는 것도 아니다. 시대적 상황이라는 것도 있고, 나 역시 어릴 때 참외서리 할 때처럼 ‘선’을 넘은 적은 없다.” 퇴임사의 자기 반성이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도 자꾸 시비의 대상이 되니까 마음의 상처가 없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유 대표는 지금까지도 이 같은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지 않다. ‘오래 가면 알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 대표는 “나를 오해했던 사람도 지나고 나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은 갈수록 더 좋아하게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내 진심을 반드시 알아주게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유 대표는 로펌 경영에서도 있어서도 ‘오래가면 알게 된다’는 생각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무엇을 무리하게 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건 크게 하면 팔자 고치는 줄 아는데 나는 그런 거 싫어한다. 밑에선 답답하게 생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고객이 찾아오게 해야지 우리가 너무 나서는 건 적절치 않다. 앞으로도 그렇게도 하려고 한다.” 유 대표는 케이씨엘을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번 거쳐간 고객은 반드시 다시 찾아 오게 하는 그런 로펌으로 만들고 싶다”고 늘 강조한다. 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처럼 고객에 생긴 자잘한 문제까지 모두 케이씨엘에 자문하도록 하는 게 유 대표의 진짜 목표다. 하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게 얼마 되지 않아 로펌 경영자로의 변신은 여전히 어색하다고 유 대표는 고백했다. 그는 “케이씨엘을 맡은 지 3년째이지만, 경영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그냥 주어진 일 성실하고 열심히 봉사해서 신뢰받는 로펌이 됐으면 하는 게 목표”라고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 “케이씨엘 구성원들이 워낙 성실하고 열심히 해서 대표가 가만히 있어도 복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난 정치색이 없는 사람”=고대 61회 모임 얘기를 꺼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대 61학번인데, 유 대표도 고대 61학번이다. 61학번 모임인 61회는 유 대표를 비롯해 고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송정호 전 법무장관, 서경석 전 3군부사령관, 김화남 전 경찰청장 등 각 분야의 쟁쟁한 인사 40여명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 61학번 동기신데…”.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유 대표는 정색하며 말을 끊었다. 이번엔 ‘이명박 정부에서 주목받을 것 같다’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유 대표는 “난 정치적인 색채가 없이 내 갈 길 가는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절대 특정 정부에서 주목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과민하다 싶을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유 대표의 기질상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연줄을 통해 성공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고집스러움이 확 느껴졌다. 공직에 다시 나갈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케이씨엘 (경영만) 잘 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민의식교육 한번 해보고 싶다”= 10년, 20년 뒤에 “이건 꼭 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꿈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장황했지만, 의지는 강했다. “정치적인 얘기가 될 위험성도 없지 않지만…. 나라가 좌우, 있는자 없는자, 정치가 끼리끼리 패거리가 돼서 A가 집권하면 B를 다 무시하고, B가 집권하면 A가 한 것을 다 뒤집고. A가 집권하면 A의 측근만 챙기고, 이런 식으로 특정한 계층끼리 뭉치고 싸우고 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정치가 편가르지 않고 큰 대도로 흘러가고, 더불어 인재를 필요한데 잘 쓰게 할지를 고민해 왔다. 선관위원장 할 때 국민의식개혁 가르치는 교육원을 세워 기업체나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민주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치적인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아쉽게 도중에 포기했는데 힘 있을 때 한번 꼭 해 보고 싶다. 어느 정부가 나타나든 저 사람 말은 옳다고 할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런 사람이 맘 놓고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사회. 깊이 연구한 건 없지만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가 올 수 있도록 일을 해 보고 싶다.” ◇봉사정신으로 무장해야= 그는 유난히 서비스(봉사) 정신을 강조한다. “변호사는 법률분야에서 완벽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고객이 홀딱 반할 수 있도록 봉사정신을 갖추고 있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 대표는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가족과 식당엘 가도 직원들이 불친절하게 나오면 당당하게 따지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가족들은 대충 먹고 나가자고 하지만, 서비스가 엉망인 식당에서는 곧잘 따져 시선을 집중시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이로 인해 그 식당이 더 잘되길 바라는 것 뿐”이라며 봉사정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유 대표는 “인재도 마찬가지다. 케이씨엘 로펌의 인재는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것만으로는 안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이 더 기쁘고, 만족하게 하도록 하는 서비스 정신이 케이씨엘에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를 알아달라고 안달인 요즘 시대에, 묵묵히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때를 기다리는 유 대표. 그리고 그가 책임지고 있는 케이씨엘. 유 대표와 케이씨엘이 소리없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 법무법인 KCL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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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서비스분야 인프라 탄탄
법무법인 KCL은 1991년 설립된 법무법인 삼정을 모태로 지난 2000년 출범했다. 당시 창립 멤버인 김세권 대표변호사, 고 김학세 변호사, 김영철ㆍ최원현ㆍ임희택 변호사의 영문 이니셜을 따 KCL로 이름을 정했다. KCL은 지적재산권 서비스 분야에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고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와 만족을 제공하는 OSSP(One-Stop Service Provider)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회성 자문이나 개별 사건의 소송수행에 그쳤던 기존의 법률서비스와 달리, 사업 구상부터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진단, 예상하고 성공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한번 손잡았던 기업들과는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일반 기업법률 분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발생하는 한국 기업들의 반덤핑제소 사건, 외국회사의 국내 합작기업 설립, 외국회사로부터의 기술도입계약 등 특수분야에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최근 기업자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송무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유지담 대표와 이재환 전 고법 부장판사 등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 약력

▦1941 경기 평택 출생 ▦1965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65 사법시험 5회 ▦1967~70 육군 군법무관 ▦1970 대구지방법원 판사 ▦198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81 대법원 재판연구관 ▦1981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장 ▦1990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1992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1993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1996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장 ▦1998 울산지방법원장 ▦1999~2005 대법원 대법관 ▦200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2005 (현)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 ▦2006 (현)통신위원회 위원장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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