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정부 증세정책 '제동'… "서민대책 강화"

추진하던 비과세·감면 축소·폐지등 기조변화 불가피 할 듯<br>대기업 임투세액공제엔 메스… 中企감세는 유지 가능성<br>내년 시행예정 법인·소득세 인하도 어떻게 바뀔지 관심

경기회복론에 따른 '출구 전략'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수(稅收) 확보에 나서려던 기획재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강화' 발언에 이어 여당까지 중산층ㆍ서민 지원책 확대를 내세우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하게 추진했던 비과세ㆍ감면 축소 정책에 기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고 심지어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던 법인ㆍ소득세 인하 정책에도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정부가 추진했던 증세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재정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24일 청와대와 여당에서 나오는 서민ㆍ중산층 대책 강화에 따라 조세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지적에 "솔직히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입장은 아니다. 일단은 당에서 요구하면 따르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비과세 감면 정책 등에 중산ㆍ서민층의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다소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실제로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비과세 감면을 축소한다면 우선순위와 시기가 있을 것"이라며 "농어민, 중산ㆍ서민층, 중소기업을 가급적 배려하고 고소득자와 대법인을 중심으로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에 주로 혜택을 줬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조치 등에는 메스를 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감한 부문인 농어업용 기자재 영세율이나 농어업 면세유, 수송용 차량 유가보조금, 중소기업 특별 세액 등의 조치는 당초 예상과 달리 현재의 비과세ㆍ감면 조치를 유지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까지 이날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직격탄을 입힐 수 있는 증세안을 정부가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진 것이다. 에너지 과소비ㆍ저효율 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초 저효율 제품에도 소비세를 부과할 방침이었지만 저소득층에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과다소비 제품에만 세금부담을 늘리고 늘어난 재원으로 고효율 제품 구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으로 바꿨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산ㆍ서민층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에너지 과소비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조세 정책 방향이 이렇게 전환되면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법인ㆍ소득세 인하의 방향도 바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실장이 이날 "법인세 인하는 중장기 성장 잠재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소득세 등 재산 관련은 중산ㆍ서민층 지원이나 불합리한 세제 개선이기 때문에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이 같은 입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여당에서는 중산층과 서민들에 대한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고소득층 소득세와 대기업 법인세 등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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