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34년간 유지해온 한자녀정책을 사실상 폐지하면서 '둘째 소황제'가 일으킬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이 정책으로 중국 경제는 향후 15~20년간 노동력 부족에 더욱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태어날 아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까지 부모의 양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째들은 이미 노인 봉양의 짐을 짊어진 현 청장년 세대의 어깨까지 더욱 짓누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자녀정책 폐지로 늘어날 중국 신생아 숫자는 연 150만~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엔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인구(15~64세) 숫자는 오는 2015년에 정점을 찍은 뒤 15년간 감소세가 이어진다. 지금 태어나는 신생아들이 노동시장에 편입되기까지 최소 15년 이상 노동인구와 비노동인구의 간극이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통계·경제 전문가들은 신생아들이 노동가능인구에 포함될 때까지 중국 경제는 한자녀정책을 실시할 때보다 오히려 더 노동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노동인구의 실질적 증대는 적어도 2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부모세대가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육아에 쏟게 되면 그만큼 노동력이 부족해져 십수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푸단대의 경제학자 펭시졔도 "한자녀정책 폐지는 중국 경제에 가장 큰 부담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 역시 "중국의 산아규제 완화로 1985~2015년까지 계속돼온 인구통계학적 이익이 잠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960~1970년대에 태어나 시장에 진입한 수억명의 노동인구에 더해 한자녀정책이 낳은 피부양층(노ㆍ유년층) 감소라는 '인구통계학적 호재(the demographic dividend)'를 만나 지난 30년간 폭발적 경제성장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이점이 사라지며 중국이 한층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WSJ는 "일본도 총인구 대비 노동인구 비율이 1990년대부터 급격히 하락하면서 세계 경제의 맹주를 넘보던 위치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중국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둘째아이 출산으로 소비가 급증해 이 같은 악조건을 일부 상쇄하며 중국을 소비주도형 경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상하이과학학술원에 따르면 중국 신생아 1명의 '요람에서 대학까지' 양육비는 2005년 기준 48만위안(약 7만9,000달러)에 달한다. WSJ는 이를 토대로 중국이 향후 5년간 1,000만명의 신생아를 더 출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양육비가 7,900억달러(약 837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막대한 소비시장 증대효과가 교육·문화·식음료 등 내수시장에서 더욱 막대한 수요를 창출하며 수출경제에서 소비주도형 경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현 청년 및 중장년 세대가 늘어나는 노년층(65세 이상)에 이어 둘째까지 부양해야 한다면 높은 수준의 소비증가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일부 학자들은 노부모 봉양의 전통이 남아 있는 중국에서 현재 노동인구 1명이 책임져야 할 노인인구는 은퇴한 부모 2명, 조부모 4명 등 최대 6명에 이른다는 '4-2-1' 이론도 제시했다.